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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장미와 거울 사이의 이야기

작은 공간, 흰 장미가  머무는 곳

by 흔들의자 Jan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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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화장실을 단순한 공간으로 생각한다. 필수적이지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은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내 앞에 놓인 이 흰 장미는 그 생각을 조용히 부정했다.

거울을 비추는 벽 한편에 자리 잡은 흰 장미는 단정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이 공간에 조용한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듯 고요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다. 흔히 흰 장미는 순수와 평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곳, 일상과 바쁨이 교차하는 화장실 안에서도 그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두 개의 세면대 사이에 놓인 장미 한 송이는 공간을 초월해 보는 이의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는 듯하다.


나는 이 흰 장미 앞에서 문득 생각했다. 왜 이곳에 장미를 두었을까? 아마도 누군가는 화장실조차 단순히 쓰고 버리는 공간이 아닌, 자신만의 작은 안식처로 꾸미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삶의 모든 공간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닌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놓인 작은 디테일들이 우리를 위로하기도, 치유하기도 한다.

흰 장미의 줄기 아래 맑은 물은 그 아름다움을 지탱하고 있었다. 꽃병 속 물은 단순히 꽃을 살리는 도구가 아니라, 어쩌면 흰 장미와 함께 화장실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 생명의 원천일지도 모른다. 거울에 비친 흰 장미는 한 송이가 아닌 두 송이가 되어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이 장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물과 조화를 이루며, 이 작은 공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내가 화장실을 나설 때, 이 장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졌다. 흰 장미 한 송이가 만들어낸 이 공간의 이야기는 내게 작고 소중한 교훈을 남겼다. 일상의 가장 사소한 곳에도 예술이 있고, 아름다움은 그저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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