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ut to Frame Mar 15. 2016

[Making Cine] 붉은별 띄우기

영화 [붉은별] (The Redstar,2016) 


나온 이들


강반장      이지완

해결사 3     오동민

여인         강예리   

박원장      채희주   

간호사      김윤지

해결사 2    박상훈

해결사 1    김보성

서빈         홍서빈

재현         전재현

진영         박진영

지완         김지완



 만든 이들


 원안        정재학의 시 [공모] 

 프로듀서   이승욱

 제작팀      이화중,  강희정, 전재현

 촬영        박승현

 촬영팀      김기덕, 정태홍

 조명        신형준

 조명팀      강호석

 미술        김지영

 미술팀      이화중

 소품        안재완

 음향        유신

 믹싱        고은하 

              최지영

 

음악         안경찬

 DI           신웅

 CG          엄정현

 자막         김지영

 번역         정혜선

 편집         이승욱, 강창희

 스크립터     안정연

 스토리보드   김지영

 조연출        정혜선

 연출/각본    강창희



도움 준 이들 

김윤수(한강사업본부),  윤태선(서울영상위원회)

허균 선생님  낭희섭 선생님  고은기 선생님  이석준 선생님

강창희 엄마, 김아름, 나승엽, 안병진, 윤현학, 홍석원, 홍성중, 이상헌, 이승진, 김보민,   오세건, 김민석, 신건희, 박동희, 이미근, 장수동, 신혜림, 안호채, 정연범,  윤수홍


일정


 (1) 프리-프로덕션: 2015년 6월 18일 ~ 2015년 7월 31일 

 (2) 프로덕션: 2015년 8월 01일 ~ 8월 03일  

                         추가 촬영  8월 12일~ 8월 13일

                        8월 1일  종로구 축구회관 앞/ 성북동 연극 연습실

                        8월 2일  한강 원효대교 북단/ 신당동 독립영화협의회 사무실

                        8월 3일  영동고등학교 해청관

                        8월 12일  홍익대학교(구) 홍익대부속초등학교/

                                     신당동 독립영화 협의회 사무실 


(3) 포스트-프로덕션: 2015년 9월 6일 ~ 1월 25일

                           9월 6일 편집 시작

                          11월 28일 1차 영상 편집 완료

                          11월 28일 색보정 작업 시작

                          12월 23일 사운드 작업 시작

                 2016년 1월  11일 색 보정 작업 완료

                           1월 16일  사운드 작업 완료

                           1월  23일 타이틀/ 자막 작업 완료

                           1월  25일  최종 완료



공모(共謀)
정재학  
   죽은 지 이틀 만에 시체에서 머리카락이 갈대만큼 자라 있었다 나와 그림자들은 시체를 자루에 싸서 조심조심 옮겼다 그림자 하나가 울컥했다 죽이려고까지 했던 건 아닌데… 나머지 그림자들이 그를 달랬다 그러지 않았다면 네가 죽었을 거야 차 트렁크 열고 시동 좀 걸어놔 간신히 1층까지 왔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순찰 중인 경찰이 보였다 이게 무엇입니까? 하필이면 자루가 찢어져 시체의 멍든 허벅지 살이 드러났다 하하 이건 고구마입니다 우리는 서둘러 트렁크에 실으려 했다 한 번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그림자 하나가 칼이 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옆의 그림자가 그의 팔을 잡았다 네 그렇게 하시지요 우리는 자루를 펴 보였다 자루 안에는 지푸라기와 고구마가 가득했다 경찰관과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고구마 하나가 김이 모락모락 났다 방금 찐 고구마인데 하나 드셔 보시겠습니까? 그럴까요 네 고맙습니다 경찰관이 고구마를 한입 물자 썩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시집『모음들이 쏟아진다』(2014)에서 




 ■ 기획의도


: 영화 [붉은별]은 용산 참사를 배경으로 한 정재학 시인의 시 [공모]를 모티프로 삼았다.  2011년 용산참사, 2014년 세월호 사건을 통해 경험했다. 끔찍한 사건의 진실은 왜곡됐다.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처럼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수습됐고 우리는 그냥 살아갔다. 

 2015년에는 한 건설사 회장이 자신의 잘못을 고백해 가며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세계는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용산->세월호-> 회장의 죽음으로 이러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생각했을 때, 회장의 죽음이 허무하게 소비되는 과정은 작은 희망이 큰 절망으로 추락하는 시간이었다. 

 희망은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부터 비롯된다. 희망의 시작은 잘못된 과거를 바로 마주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죄를 고백하는 한 사람이 이 세계에서 취급되고, 결국  수습당하며 희망이 절망으토 타락하는  과정을  시적이고 전위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그냥' 살아가고 있는  관객(우리)도 그 공모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하게 하고 싶었다.



 줄거리


: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다고."  

 스스로 사람을 죽였다고 외쳐보지만 사람들은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 피해자도,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사 3(승엽)은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해결사 3(승엽)의 소식을 들은 강반장은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정신병원 의사, 간호사들은 강반장을 경계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강반장과 승엽을 만나게 해준다.  

 병원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승엽이 정말  미치광이인지 의심을 하는 강반장.  승엽은  강반장에게  조금씩 믿음이 생기며 그때 그날의 기억을 조금씩 털어놓는다.  

 조금씩 용기를 얻어가는  승엽은 고개를 든다.  분명히 말한다. 

 "제가 사람을 죽였어요."   

 일말의 희망을 품은 채 강반장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했을 때 승엽은 과거와 마주하며 절규한다.


제작일지


(1) 프리-프로덕션 

 

기획, 시나리오

: [붉은별]은 대학교를 다닐 때 접했던 정재학 시인의 시 [공모]를 모티프로 삼은 시나리오였다. 166기 2차 워크숍 중 트리트먼트로 발표했을 당시에는 영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적합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욕심으로 영화화를 강행했다. 시나리오에는 1장, 2장, 3장이 명시되어있지 않지만 집필 시에도 이는 고려했고, 특히 2장은 보편적인영화들이 전하는 이야기의 방식이 아니라 시적으로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썼다.  


* 본래 이 영화는 8월 중순까지 공모 마감이었던 스마트폰 영화제를 목표로 했었다. 영화과 출신의 친구가 프로듀서를 맡아 초반 제작이 진행되었다. 촬영, 조명 장비, 경험이 많은 스탭이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영화제라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있었고 대학교 영화과 시스템을 많이 경험한 프로듀서였던 만큼 제작 단계는 명확하게 설정됐다.


  다만 그 방식이 연출자에게는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를 가져왔다. 이 시스템이 영화의 의도, 취지를 ‘잘’ 살리는데 도움이 될지 회의도 갖고 있었다. 영화가 모티프로 삼는 사건들이 우리에게 실제 일어났던 일이었다. 제작 전반에 있어서도 윤리적인 태도가 필요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대학교 영화과 시스템 안에서는 ‘스마트폰 영화제 입상’이라는 가치가 다른 무엇보다 앞서 있었다.

  결국 프로듀서는 독협 워크숍 166기 동기로 교체됐다. 

 이는 영화 전체의 방향에 있어, 단순히 프로듀서가 바뀐 것 이상으로 큰 변화였다. 스마트폰 영화제라는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 ‘좋은’ 영화를 ‘잘’ 만드는 데 ‘도전’ 하는 것으로 영화의 방향이 바뀌었다. 

 

스탭 구성

:  제작의 상당 부분을 전임 프로듀서의 인맥에 의존했기 때문에 예상 촬영일을 3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새로 스탭을 구성해야 했다. 

 연출자로서 미술이 이 영화에서 특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독협 동기 김XX 군이 <붉은별> 미술의 책임을 맡았다.  표현주의적, 상징주의적 성격의 영화 미술이 구현되기를 바랐다. 워크숍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들이나 작업물을 참고했을 때 충분히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을 비롯해 조명, 음향 등 독협 워크숍 동기들이 전문적이지 않은 분야는 새 프로듀서의 추천, 섭외 후 연출자와 함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최종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완료되었다.


 *촬영자는 스마트폰 촬영을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전원 공급, 모니터링이 어려운 점, 그리고 무엇보다 스마트폰  촬영이 처음이라는 이유가 컸다.  영화의 목표가 ‘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로 바뀐 시점이었기 때문에 협의 후 촬영 장비를 5D mark3로 교체했다. 


장소

:특정 장소보다는 연출자의 의도가 반영된 ‘공간’이 영화의 배경이 되기를 바랐다. 다만 강가로 설정된 공간은 고층 건물과 다리가 함께 잡힐 수 있는 한강변, 다시 말해 특정 장소를 프로듀서에게 요구했다. 대부분의 로케이션 결정은 프로듀서가 제안을 하고 연출팀, 미술이 함께 방문하고, 협의 후 최종 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섭외에 소요되는 문서 작업, 허락을 맡는 과정은 전적으로 프로듀서에게 위임했다.

 

 정신병원- 영동고등학교(연출자의 모교)

 한강 강가- 원효대교 북단

 계단- 독협 사무실

 복도/ 운동장- 홍익대학교  

 지하실- 연극 연습실

 

배우

:  보조출연자를 제외한 전문 배우가 총 7명이었다. 초기에는 몇몇 배역은 비연기자 지인을 캐스팅하려고 했으나, 영화의 방향이 바뀌면서 모든 배역에 전문 배우를 섭외했다.

 주인공 역할인 해결사 3을 제외한 다른 배역은 외모, 이미지가 배역에 맡는지를 캐스팅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 짜고 치는 듯한 세계(붉은별 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소위 말하는 연기력보다 기계적인 이미지를 우선해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모든 배우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하는 과정은 거쳤다.)

 해결사 3 역할의 경우에는 나머지 여섯 명과는 전혀 다른 연기를 해야 했다. 짜인 연기를 하는 6명과 달리 홀로 살아있어야 했다. 시나리오에서 캐릭터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었던 만큼 연출자와 보다 대화가 잘 되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배우를 섭외했다.  

 연기의 합을 맞출 필요에 더해 동선을 맞출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2회에 걸친 시나리오 리딩, 2회에 걸친 리허설을 진행했다.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했던 해결사 3 배우와는 수차례 전화통화 및 개별 만남을 가져야 했다.  

 


(2) 프로덕션

 '조급함’

 :  스태프들이 기억하는 연출자의 첫 번째 모습은 조급함이었다.  연출자로서 <붉은별>의 쇼트 하나하나에 모두 의도와 논리가 서 있기를 바랐다. 개별 촬영 세팅 하나하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1장. 붉은별을 본 아이는 긴장감을 자아내기 위해 여러 쇼트로 구성되어 있기도 했다.

  촬영팀의 시간이 지체되는 게 현장에서 문제였다. 1장의 촬영분은 특히 그랬고, 모든 회차가 촬영 계획보다 2~3시간 늦어지고 있었다. 원인은 촬영팀의 실력 부족이나 게으름에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 촬영팀은 누구보다 집중력 있게 최선을 다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제작비를 절약하는 것을 촬영 인건비에서 찾으려고 했던 나의 사소한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더욱이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흔들렸던 사람은 현장의 중심을 잡아야 할 연출자였다. 조급함을 감추지 못했고, 서두르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했다. 빨리 하자는 말과 함께 감정이 적나라하게 전달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장 불안을 느끼는 쪽은 시간 지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촬영팀이었다.  혼란과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 속에서 촬영자가 ‘멘붕’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가장 걱정을 많이 했던 배우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다. 많은 배우들이 있었고, 더위 속에 마땅한 휴식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현장이었음에도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점점 호흡이 맞아가는 것을 서로 느끼며, 별도의 연기 연출이 필요 없는 현장이었다. 수차례 리딩, 리허설을 한 덕분이기도 했고, 비교적 연령대가 비슷해서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친분을 갖게 된 덕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연출팀, 촬영팀의 모습을 보며 불평을 하기보다는 응원을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었다.    



‘빡빡한’

:  독협 166기 구성원은 워크숍 수료 후 지금까지 <리허설>, <붉은별>, <여름의 출구>까지 총 세 작품을 만들었다.  동기들 모두가 세 작품 중 <붉은별>을 가장 피로도가 높았던 작업으로 꼽는다.

 

    첫 번째 이유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촬영 세팅이 많았고, 배우의 수에 비해 스태프의 수는 현저히 적었던 현장의 구조 탓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공간의 이동이 많았다는 점이다. 총 7개의 공간을 활용했다. 그 공간들은 모두 각각 시간적 제약 또한 갖고 있었다.  

 

    세 번째로 제작비 절감을 목적으로 회차를 무리하게 3회 차로 구성했다. 예정대로 촬영을  해나가도 충분히 타이트한 계획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시간은 계속 촉박했고, 식사를 비롯한 계획했던 휴식은 간소화되거나 생략되었다. 각회 차별 촬영 종료 시간도 모두 자정을 넘었다. 각자 집에 돌아간 후 아침에 다시 나오는 시스템을 택했기 때문에 취침은 2~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3회 차 오전, 메모리 카드에 저장되었던 전날 촬영 파일이 백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말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위에서 말한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는 원인들을 제공했던 연출자의 책임이었다. 불가피하게 4회 차 추가 촬영 계획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Team166

:<붉은별>의 프로덕션은 결코 모범적이지 않았다. 워크숍 과정에서 행했던 실수가 반복되기도 했고, 위에서 말한 불안요소들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자초했다. 

 그럼에도 <붉은별>은 본래 시나리오에 표현된 것보다 나은 영화가 되었다.‘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도전하자’는 제작의 본래 방향에도 부합하는 프로덕션이었다고 자부한다.

  

    연이어 드러난 문제들에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것은 166기 팀원들이었다. 불안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던 연출자가 영화에 욕심을 낼 수 있도록 관심의 방향을 교정해준 것도 우리 팀이었다. 非독협 스태프, 배우들을 만났을 때 “붉은별 현장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 상찬의 말은 모두 166기 독협 워크숍 동기들을 향해 있다. 그만큼 우리 팀원들은 고정된 역할을 넘어서 일당백 역할을 해냈다.  팀원들이 큰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나 영화과 출신보다 능숙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어떻게든 완성해야겠다는 마음은 누구보다 컸고, 이는 각각의 행동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생 끝에 8월 13일 아침 7시 추가 촬영 및 촬영장 정리를 마치며 계획했던 프로덕션을 마칠 수 있었다.

 

    프리 단계부터 안고 갔던 불안요소와 돌발 상황 속에 수차례 위기를 겪었지만 이는 팀원들의 ‘열정’으로 넘어설 수 있었다. 위기를 자초한 사람으로서 미안함과 동시에 이러한 좋은 에너지가 투여된 영화의 연출을 맡은 것에 큰 영광과 고마움을 느낀다. 



(3) 포스트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객관화’였다. 시나리오, 샷 구성, 촬영까지의 과정에 연출자의 자의적인 요소가 충분히 개입해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험적인 성격을 갖되 이것을 보는 관객이 실험영화나 영상보다는 극영화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프로듀서와 함께 편집을 진행했다. 전반적인 컨티뉴이티 편집 실력이 뛰어난 프로듀서가 뼈대를 만들고 연출자가 거기에 살을 붙이는 방향으로 편집을 진행했다. 보다 더한 객관화를 위해서 독협 구성원, 지인들에게 모니터링을 받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양한 편집을 고려한 촬영본이었기 때문에 편집을 통해 어떤 영화가 될지에 대한 선택지가 많았다. 중간에 과한 설정이나 B급 영화(영상)의 레퍼런스를 무작정 갖다 놓을까 하며 흔들리는 경우도 빈번했다. 

 

    특히 음악의 경우 초반 특정 레퍼런스를 정해 작업을 거의 끝까지 진행하다 처음으로 뒤엎어 혼선을 주기도 했다. 다행히 끈기 있고, 영화의 취지를 잘 이해하는 작업자와 함께 하여 작업의 본궤도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에는 특정 레퍼런스 없이 작업자의 작업물을 최종 결정자(연출자)가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구조로 방식을 수정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는 DI, 타이틀 자막 디자인 작업 중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그때마다 공동편집과 모니터링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두 절차에는 영화의 방향, 논리, 관객이 받아들이는 영화와 창작자가 생각하는 영화에 대한 긴 토론이 자연스레 뒤따른다. 토론을 통해 많은 사항들이 결정이 되었다.  이는 곧 영화에 나름의 일관성을 부여하며 컷 편집 이후 이어진 음악, 색보정, 사운드, CG, 타이틀 모든 후반 분야에서 선택의 기준이 되었다.  

 9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편집은 해가 바뀌고 나서야 끝났다. 개인 편집보다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많았지만 영화를 위해서도, 연출자 개인을 위해서도 매우 발전적인 시간이었다.   

 

연출자의 변


 

.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붉은별>을 본 후의 대다수의 반응일 것이다

 예상했던 타당한 반응이다. 감히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고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생각해야만 하는 영화가 나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경험도 없으면서 이러한 도전을 한다는 건 치기였을 수도 있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어쩔 수 없다.” “사는 게 그런 거지” 식의 절망이나 타협이 정의나 변화와 같은 말을 조롱하는 세상에 녹아가는 내가 싫었다.  작업을 진행할수록 <붉은별>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더 절실해졌다.  '참여'라는 말과는 담을 쌓은 채 소시민의 행동을 반복하며 살아가는 주제에, 네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냐고 묻는다면 “작동할지 안 할지 모르는 브레이크를 한 번은 꼭 밟아보고 싶어서였다고”고 말하겠다.

 

 이해는 되지 않아도 무언가와 불화하고 싸우려 하며, 절규하는 느낌. 정신이 문득 소스라치면서 찌릿찌릿 가슴을 뜨겁게 하는 순간들.  좋아하는 위대한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그 힘을 갖고 있었다. 혹 <붉은별>이  조금이라도 그 힘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이 동력이 사라지지 않고 영화 밖에서도 잠깐의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선망하던 작품들을 닮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한 게 아니었나 두려움이 가장 크다. 

 이제는 <붉은별>에 대한 무관심 또는 혹평 앞에서 영양가 하나 없는 헛짓을 한 거는 아닌지 하는 고민을 짊어지게 됐다.  앞으로 많이 외로울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미숙한 작업을 혼자 한 게 아니라 좋은 친구들과 시작했고, 꾸준히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으며, 좋은 친구들과 함께 마쳤다.       

작가의 이전글 [Cine] 구원을 거부하소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