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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 호 종 Dec 27. 2021

"'영끌'이 무슨 말이죠?"

부동산 정책이 사회 갈등을 증폭시킨  이유

p101~105


"집사님. 정부에서는 집값이 곧 폭락할 것이니 지금 집을 사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게 제일 궁금해요."

갑자기 김집사 입에 온통 시선이 집중되었다.


"무조건 사야 합니다. 지금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면 돈을 벌고, 정부 말대로 하면 영영 집을 못 살 수 있어요."

김집사의 대답은 예상외로 간단명료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어떤 나라도 나라님이 백성의 가난을 완전하게 구제하지는 못하잖아요. 굶주린 사람들에게 일시적으로 밥은 줄 수 있지만, 가난 구제는 못 해요. 하물며 백성들의 보물 1호인 집에 대하여 정부가 완벽하게 통제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그러니 정부 정책을 그대로 믿는 것은 바보예요."


김집사의 확신에 찬 대답에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집사님. 시댁이 지방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았는데, 그 돈으로 강남 아파트를 사겠다고 하는데 그건 어떤가요?"

"아주 현실적인 선택이지요. 지난 50년간 쌀값은 50배가 오른 반면, 강남의 집값은 3,000배가 올랐다는 통계가 있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해가 쉽네요."


"상식과 시장을 믿어야 합니다. 지금 정부에서 양도세와 보유세로 주택 양도와 보유를 통제하면 다주택자들이 가지고 있는 주택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 정책이 통하지 않잖아요."


"그 이유가 무엇이죠?"

"집값이 오를 것이 확실한데 누가 팔겠어요.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은 금값이고,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해서요. 모두 강남 아파트를 선호하잖아요. 똘똘한 한 채를 갖자는 주의죠. 그러니 지방 돈이 서울로 몰려오고 있는 거예요."

"그렇군요."


"솔직히 우리 하남도 걱정이에요."

김집사는 하남 이야기를 하면서 한숨을 크게 내 쉬었다.

"뭐가 걱정인데?"

최 권사가 물었다.

"교산도에서 비닐하우스나 창고업을 하는 사람들이 토지보상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하남에 투자가 되어야 하는데, 아마도 많은 돈이 강남 아파트 구입으로 흘러갈 것 같거든요."

"아, 결국 하남 돈이 강남으로 쏠림 현상이 더 커지는 거죠."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냥 강남 재건축을 통해서 공급을 늘렸으면 강남은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데, 정부에서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스무 번이 넘는 정책을 내놓으니 오히려 사람들이 강남으로 더 쏠리게 되는 거죠."

"아, 그렇군요."

"가격이나 수요는 희소성이 정한다는 평범한 경제원칙에 반하는 정책을 정부가 강하게 펼치다 보니 이렇게 왜곡되는 거예요."


"정부가 왜 경제원칙에 반하는 정책을 밀어붙이죠?"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던 윤집사가 김은혜 집사의 말에 의문이 있는 듯 따지듯이 물었다.

"그건 정부마다 정책목표가 있어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런 겁니다.


아무튼 지금 정부는 유령과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죠."

"유령과의 싸움이요?"

"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정해지는 것이 경제학 원칙이거든요. 그런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수요와 공급을 무시한 채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덤비는 셈이죠."


"김은혜 집사는 학부는 역사학, 석사는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역시 부동산 정책에 대하여 핵심을 꿰뚫어 보고 있네요."

최권 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 집사도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보세요. 다 알고 믿는 사이인데, 뭐."

조용히 듣고만 있던 나를 배려하듯 최 권사가 말하자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제 큰아들이 얼마 전에 제대했는데요. 군대 갔다 와서는 20대, 30대가 거의 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던데, 맞나요?"

나는 영광이가 정상적인지, 아니면 유별난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맞아요. 집사님. 요즘 20대와 30대가 영 끌로 집을 산다고 난리잖아요. 요즘 아파트 구입을 30대가 가장 많이 한다고 언론에서도 계속 떠들고 있고요."

"그래요? 제 아들 말이 사실이네요.


집사님! 그런데 '영끌'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에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나 집사님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시네요."

그 말에 모두 또다시 박장대소했다.

"나 집사님. 영 끌은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뜻이고요. '빚투'는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뜻이에요."

김 집사는 '영끌'을 설명하면서 '빛투'까지 함께 설명했다.



Atre

'3층 계단'은 하남을 배경으로 한 첫 번째 소설이다.

잃어버린 나를 되찾게 해 준 소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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