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시작인데
최근 ‘갯마을 차차차’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다. 배우들의 인물은 비현실적이지만 그들의 관계가 진전되는 과정이 꽤나 그럴듯했다. 게다가 나와 그가 처음 만났던 곳이 포항이어서인지 그 드라마의 배경에 정감이 갔다. 그런데 마지막화를 울고 웃으며 본 뒤,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왜 대부분의 드라마나 소설은 남녀가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걸까. 그렇게 서로가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를 지켜가고 발전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왜 별로 없을까. 왜 항상 마지막화는 결혼식으로 끝나는 걸까. 결혼식이 시작인데.
결혼 생활을 다룬 이야기라면 드라마든 소설이든 심지어 브런치 글이든 갈등이 주를 이룬다. 당연하다. 이야기의 기본인 기승전결을 이루려면 갈등이 필요하니까. 그래야 재밌으니까! 큰 갈등이 없는 부부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신기하게도 이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이야기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누군가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까지 만의 과정에 집중한다.
누구누구네 딸은 하버드 대학교를 입학했다더라. 누구네 아들은 대학 졸업식도 하기 전에 모 대기업에 취업을 했다더라. 누구는 연봉이 얼마라더라.
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잘 듣고 보고 읽지 못했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지, 그 일을 하면서 삶과 균형은 이루고 있은지, 대기업에 들어간 그 회사원의 5년 뒤 모습은 어떤지, 연봉이 1억이 넘는 그 사람은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나는 그런 이야기가 항상 궁금하다. 그리고 나도 그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다. 큰 갈등이나 굴곡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얘기들을.
나는 이 둘을 합쳐서 얘기하고 싶다. 부부와 디자이너가 되고 난 후, 우리의 이야기를. 미리 얘기하지만 큰 반전은 없다. 물론 닭살 돋는 이야기나 자랑을 빙자한 성공담도 아니다. 나는 우리의 이야기가 격정 멜로나 막장 드라마가 아닌 단조로운 에세이면 좋겠다. 화려한 오케스트라 콘체르토가 아닌 첼로 무반주 곡이면 좋겠다.
우리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조로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자그마한 울림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