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신을 맞이하여 드리는 글
우리 세 자매는 어렸을 적부터 손편지를 잘 쓰곤 했다. 아빠, 엄마의 침대 옆 서랍장을 열면 우리들의 손편지들이 가득 쌓여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손에 잘 닿는 곳에 두고 자기 전에 가끔씩 읽어보셨던 걸까. 지금은 손편지를 전하기에 너무 먼 타지에 살고 있는 큰 딸이라, 이렇게 엄마만 생각하며 짧은 글을 시작했다.
엄마는 참 닮고 싶은 사람이다. 엄마 딸로 태어났지만, 가끔은 참 나랑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고민하고, 배려하고, 기도하는 그런 어른이다. 매일을 함께 지냈던 10대를 지나 멀리 학교를 가고 방학 때만 집에 오는 20대를 보내고, 20대 중반 나는 결혼을 했다. 그리고 멀리 유럽 땅으로 왔다. 몸은 멀어졌지만 오히려 결혼을 하고 나니, 엄마가 더 공감되었다. 그녀의 생활의 지혜와 어렸을 적 나에게 해주었던 얘기들이 이제 와서 더 와 닿았다. 머리숱이 많은 딸들에게 머리를 말리고 나서는 머리카락을 한 곳에 모아 버리라던 사소한 이야기부터, 말이 앞선 큰 딸에게 말보단 행동이 중요하다고 몸소 보여주셨던 지혜까지 참 많은 것들을 일러주셨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
오늘은 엄마의 생신이다. 난 항상 나의 생일 때면 엄마를 생각한다. 그 날 엄마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나를 낳았을까, 그 당일의 장면을 상상해보곤 한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의 엄마가 더 생각난다. 우리 할머니. 지금은 침대에만 누워계시지만, 우리 엄마랑은 정말 많이 다른 그녀의 엄마지만, 우리 엄마를 이 세상에 보내준 것 하나만으로도 눈물 나게 고마운 그런 사람. 앞으로 내가 엄마가 되면, 우리 엄마, 엄마의 엄마가 더 생각나겠지! 그때까지 건강하게 우리 옆에 있어줘요 엄마. 우리 앞으로 더 많은 추억 함께 쌓아나가요.
곱고 아름다운 우리 엄마와 그런 우리 엄마를 더 밝게 웃게 해주는 우리 아빠에게 부끄럽지만 이 글을 빌려 감사를 전합니다.
생신 축하드려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