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점이 무엇인가요?'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까요?'
상품 기획을 하기 위해 고객 및 사용자 인터뷰를 할 때 이렇게 묻고 있지 않은가?
사용자 인터뷰는 아주 강력하다. 사용자 인터뷰는 사용자를 가장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이며, 빅데이터 분석이나 대규모 정량조사가 절대 제공할 수 없는, 고객의 행태, 맥락, 이유를 확인함으로써 고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상품/서비스 기획이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발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론 중 하나이다. 요즘처럼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이 중요한 화두가 되는 때에 고객 한 명 한 명을 이해하기 위한 인터뷰 방식은 어느 때보다도 더 인사이트를 발굴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법론으로 사용을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궁금해도 '불편한 게 뭐예요?'라고 묻지 말자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서비스 기획자들은 고객을 만나지 않는다. 고객 리서치 부서에서 상품 기획 부서를 만나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고객을 만나지 않는다. 이유는 다양하다. 당장 떨어진 가입자를 확보를 위한 마케팅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경쟁사 동향도 파악해야 하고, 다음 버전 상품 기획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제에 대한 키를 고객이 갖고 있음을... 우리는 종종 까먹는다.
빅데이터나 정량조사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을 고객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자.
3가지만 제대로 물어봐도 인터뷰는 성공적이다.
이유를 반드시 물어본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떤 이유 때문에 그렇게 했을까요?"
이유를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이유를 확인하는 것은 정성조사를 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이다. 고객의 행동이나 선택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아이돌 영상 서비스를 기획하는데 주요 타깃인 Z세대들이 유튜브를 볼 때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영상을 주로 봤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최애(아이돌 멤버 중 가장 애정 하는 멤버)를 몰입감 있게 보고 싶어서'라고 한다. 가로보다 세로가 더 크게 나오는 것은 화면만 봐도 아는 사실이라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했지만 '최애'를 몰입감 있게 보기 위해서라는 것은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 고객은 최애만을 보기 위한 인스타나 트위터를 수십 개 팔로우하고 있었고 유튜브에서 세로형 최애 직캠을 수시로 보는 고객이었다. 이렇게 이유를 안다면 최애를 몰입감 있게 보기 위한 행태를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솔루션을 생각할 수 있다.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반드시 이유를 물어봐야 한다 위의 강아지를 위한 간식 구매 예시를 좀 더 살펴보면 '왜 스타 강아지를 팔로우하고 스타강아지가 먹는 수제 간식을 구매하는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고객의 답변은 '신뢰가 가기 때문'이었다. 강아지 간식은 사람이 먹는 것처럼 상세하게 성분이 표기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고 중소업체나 개인이 만든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뢰를 하기에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인스타의 인플루언서들은 그런 것들을 꼼꼼하게 보고 리뷰해주고 사용 후기까지 알려주기 때문에 스타강아지가 먹는 수제간식은 믿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쇼핑몰에도 후기가 있지만 그것으로는 불충분하다. 사료는 대형업체들이 많지만 수제간식은 그렇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신뢰감 있는 정보가 간식 구매 때에는 더 중요한 것에 대해 이유를 물어보면서 하면서 알 수 있다.
다른 예시도 있다. 반려 동물을 위한 원격 상담 서비스를 기획했는데 초기에 이상하게도 우리가 기획한 서비스에 대해 견주(강아지)보다 묘주(고양이)분들이 선호도가 더 높았다. 고객분들을 만나서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집 밖에 나가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눈이 충혈되거나 경련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웬만큼 아프더라도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많기에 집에서 나가지 않고 할 수 있는 원격 상담 서비스는 강아지보다 고양이에게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이용 경험, 구매 경험에 대해 물어본다.
"최근 이용 경험이 어땠어요? 최근에 물건 구매할 때 어떻게 했어요?"
지나간 경험 또는 최근의 경험에 대해 물어보자. 인터뷰는 쉬운 질문에서부터 어려운 질문 순으로 해야 한다. (참고로, 무엇이 불편했나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을까요? 는 어려운 질문이라기보다는 고객에게 상품 기획을 직접 해달라고 할 정도의 좌절스러운 질문이다) 최근의 서비스 사용 경험, 물건 구매 경험 등에 대해 열린 질문(open question)으로 물으면 고객이 답변하기가 쉽다. 이런 답변을 통해서 고객의 전반적인 행태와 고객의 여정(journey)을 알 수 있다. 여정을 확인함으로써 고객이 어떤 행동을 어떤 순서로 하는지 알 수 있고 우리가 어떤 단계를 공략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어떤 단계가 가장 불편함이 크고 니즈가 큰지 알 수 있게 하기 위한 기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의 간식 구매 경험을 물어보기 위해 '최근에 댕댕이 간식을 어떻게 구매했어요?'라고 물어봤을 때 고객은 '인스타에 스타강아지를 팔로우하고 있는데요, 스타강아지가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먹고 성분도 좋다고 해서 눈여겨보고 있다가 후기도 좋고 해서 나중에 네이버에서 가격 비교를 해서 구매했어요'라고 답변했다. 이로써, 고객이 간식 쇼핑을 하기 위해 정보를 어디에서 얻고 후기나 가격은 구매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정보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에 간식이나 사료와 관련한 쇼핑몰을 기획할 때, 어떤 채널에서 정보들을 얻고 어떤 정보들이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고려해서 기획해야 할 것이다.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한 경험을 물어본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나요? 예전에 사용했던 것은 있나요?"
고객이 가진 불편점을 해결하기 위해 했던 시도들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중에서 현재까지 하고 있던 것과 과거에 했지만 하고 있지 않은 것들을 파악하고 그 이유도 함께 파악해야 한다. 이 질문은 고객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공해야 할지 판단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화상회의 솔루션과 관련한 경험을 인터뷰한다고 하면 현재 어떤 솔루션을 쓰고 있고(Hire) 과거에 어떤 솔루션들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지(Fire)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화상회의 솔루션 기획을 하고 있다면 고객이 과거에 사용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솔루션은, 그 솔루션이 갖고 있는 불편점을 해결해야 하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솔루션보다는 접근성이나 UX를 더 좋게 만들어야 고객은 기존 솔루션 대신 새로운 솔루션을 사용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초기에 팀즈를 쓰다가 너무 무겁고 기능이 너무 복잡해서 줌으로 옮겼고 줌은 사용을 위해서 로그인을 해야 해서 요즘은 구글 미트를 쓴다. 나의 이용 경험을 보면 화상 회의 솔루션은 기능이 심플하면서 무겁지 않고 로그인 과정 없이 빨리 사용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다. 심플한 기능, 좋은 성능, 쉬운 접근성 등 이런 부분들이 고객이 화상 회의 솔루션을 사용할 때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 사용했던,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상 회의 솔루션을 사용한 경험과 그 이유는 새로운 서비스 기획의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리고 현재 고객이 쓰고 솔루션도 면밀히 살펴보면 UX나 접근성을 더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까지 살펴보고 현재 쓰는 솔루션보다 더 사용하기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Hire (고용, 사용하다)와 Fire(폐기하다)의 개념은 하버드 대학의 교수이자 '파괴적 혁신' 이론의 구루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Jobs to be done에 나오는 개념이다. 클레이튼 교수는 고객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Job으로 정의하고, 상품을 기획할 때에 고객이 Job을 달성하기 위해 Hire 하는 것은 무엇이고 Fire 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한다. (Jobs to be done에 대한 내용은 추후 상세하게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최근의 경험을 열린 질문으로 물으면서 고객의 여정(journey)을 파악하고
고객의 이용과 선택 경험에 대해 이유를 프루빙(proving)하고
고객이 시도했거나 과거에 사용했던 (hire, fire) 경험에 대해 묻는다.
이처럼, 인터뷰를 할 때에 세가지만 제대로 해도 고객의 니즈나 페인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부디 '불편한 점이 무엇인가요?'나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은 질문지에서 삭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