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나 역시도 수학을 그리 사랑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내가 이과를 선택한 이유는 국어, 사회, 지리, 경제, 정치 등의 과목보다는 딱 맞아떨어지는 수학, 과학 등이 더 나에게는 납득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차선으로 고른게 수학이었던거지 절대 수학이 좋아 미치겠어라고 생각한 적은 절대 없었다는 얘기다.
전공을 선택하고(건축학) 그 전공대로 취업을 안하고 사회생활을 몇년하면서 느낀건 정말 먹고 사니즘은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내 밥벌이고 그 밥벌이가 단순히 월급루팡이상의 의미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잘 하면서’ ‘좋아하는’ 일이 업으로 되었을 때가 베스트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좋아하는데’ ‘잘하지 못하거나’, ‘잘하지만’ 그다지 ‘흥미가 없거나’라는 애매한 경계선에서 위태위태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있는 것, 최소한 ‘싫지 않는 것’의 범위가 넓다면, 그 중에 내가 ‘잘하는 것’이 걸릴 확률도 높아지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수포자라고 스스로를 낙인 찍을게 아니라, 적어도 수학을 싫어하지는 않아야 하는게 아닐까.
이 경우를 사람으로 생각해보자.
원래 싫어했던 녀석을 용서하고 아주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싫어했던 녀석이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게임기를 어렵게 어렵게 해외 직구를 해서 구해왔다고 치자. 전세계 소수만 가질수 있는 리미티드 한정판이다.
그렇다면 그 녀석과 친근하게 말섞기는 싫어도 일단 그 게임기를 구경이라도 해보기 위해서라도 그 녀석에게 말을 걸어볼 구실을 찾아보지 않을까?
우리는 수학이라는 녀석이 내 삶과 별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말을 걸 생각조차 노력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면서 인공지능, 코딩, 알고리즘과 같은 단어들을 마주하면서 일단 통계를 모르면 안된다(좌절…), 미적분을 모르면 안된다(좌절…) 등의 말때문에 내가 어쩌면 경험해볼수도 있었을 내 인생 커리어마저 원천봉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수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 김민형 교수님은 ‘수학을 꼭 배워야 살아가는데 도움될까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컴퓨터 언어가 코딩이라고 한다면 더 깊게 파고들어보았을 때 컴퓨터의 진짜 언어는 어찌보면 수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0과 1밖에 컴퓨터는
모르니까요. 지금 코딩이 중요하다, 영어가 중요하다 말하는 것처럼 그 언어를 모르면 내 세계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수학을 모두가 잘 할 필요는 없지만 모두가 최소한 코딩과 영어만큼이라도 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놓치 않아야겠다는 간절함이 있다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나 포기하는 일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나역시 수포자는 아니지만 수학을 쉽게 내 나름의 방법으로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5살, 7살이 되면서 아이들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한글보다 먼저 사실 관심을 갖게 되는건 숫자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만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나이를 얘기하고 물건 숫자를 세고 먹고 싶은게 몇개다 할 때도 다 숫자 없이는 표현하기 힘드니까 말이다.
그리고 10까지 소리내어 말하다가 11,12….등의 역경(?)을 스스로 극복하고 갑자기 ‘무한대’가 가장 많은거지? 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7살 첫째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 인간은 수학과 처음에는 친했던 건 아닐까?라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나는 수학관련 도서, 특히 고수분들이 수학을 쉽게 설명하거나 수학과 인생이 버무려진 그런 이야기의 책이라면 일단 완독은 못하더라도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서 <미적분의 힘>, <이상한 수학>,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 <수학을 읽어드립니다> 등의 책을 쌓아둔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오늘 읽게 된 마일로 베크먼의 <숫자 없는 수학책>은 나에게 유레카를 한번더 외치게 한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수학의 기초론에서
해석학이 analysis인데
여기서
- 무한
- 연속체
- 지도
라는 세부 파트가 있었다.
그렇다! 무한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아이의 호기심은 1,2,3에서 무한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가 자라면서 수학 과목이라는 빌런과 만나면서 그 재미를 점점 잃어간 것은 아닐까라는 안타까움이 일었다.
아이들을 수학 천재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아이들이 수학이라는 녀석을 적어도 싫어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 아주 약간의 노력이란 어른인 내가 수학이 얼마나 쓸모있고 재미있는지 깨닫게 되는 것.
그 노력의 여정을 조금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나는 큰 그림을 그려주는 이런 책들이 너무 좋다. 쉽게 설명 못하면 그건 제대로 아는 게 아니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상대성이론은 몰라도 아인슈타인 할아버지의 마인드는 누구나 존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면 꽤 많은 것들이 수월해진다는 걸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