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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Jul 15. 2023

우린 모두 과학자로 태어났다(feat. 피카소)

내 안의 과학자를 깨우고 생생한 목표 세우기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문제는 그들이 자란 뒤에도 어떻게 예술가로 남아있을 것인가이다. -피카소

Every child is an artist. The problem is how to remain an artist once he grows up.

- Pablo Picasso


피카소가 얘기한 우리 모두 예술가로 태어난다는 말을 빌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 실험하는 과학자로 태어난다. 문제는 우리가 자란 뒤에도 어떻게 과학자로 남아있을 것인가이다.”라고 말이다.


어릴 때에는 틀리고 실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꾸만 실수와 실패에 주눅 들게 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 실수에서 배워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면 된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 말이다. 내가 어린아이들은 실험하는 과학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라고 느낀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젓가락질이 서툴렀던 둘째가 우동을 먹으면서 자꾸만 우동이 미끄러져서 먹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둘째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잉, 미끄러졌네. 오잉 오잉 또 빠져나가네ㅋㅋㅋㅋ”하며 멈추지 않고 자꾸 우동을 집으려고 했다. 미꾸라지처럼 젓가락을 빠져나가는 우동을 보며 짜증을 내며 눈물을 흘릴 법도 한데 둘째는 그때 나에게 유연함의 기술을 알려준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유연함의 힘>을 읽기 전이라 둘째의 행동에 너무나도 웃기기도 하면서 존경심마저 일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이 있었던 나지만 한참 동안 그걸 잊고 지냈다. 자신의 실수를 적극적으로 오픈하고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우리 회사와 같은 좋은 환경 속에서도 내 마음은 실패와 실수에 주눅 들고 있다는 걸 종종 느끼면서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나의 실험하는 과학자 본능을 일깨워 준 고마운 책인 <유연함의 힘>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둘째의 젓가락질을 다시 떠올리며 우리 모두 실험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한 소프트스킬을 익힐 필요가 있겠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The Power of Flexing, <유연함의 힘>의 원제다. 우리는 얼마나 유연함의 기술을 잘 활용하고 있는 걸까? 성공에 대한 법칙을 찾아 헤매다 보면 어느새 지치게 될 때가 있다. 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길을 잃기도 한다. 그런데 <유연함의 힘>은 나에게 지금까지 읽었던 자기 계발 및 성공 습관에 관한 책에서의 이야기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1 챕터만 읽었는데도 7권의 양서를 재독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한 챕터만 읽었는데 7권의 책이 플래쉬백 되는 효과라니…


소프트스킬에 대한 중요성을 말할 때는 <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You’re not listening)>이 생각이 났고, 도전적인 경험에 맞서야 한다고는 부분에서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심리학(fearless)>를 재독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도전적인 경험에서 학습 가능성을 높이려면 행동 주체가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동기를 가져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총동기에 대해 알게 해 준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가 생각이 났다.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고는 했지만 경험 자체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경험에서 배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의식적 노력’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던 <1만 시간의 재발견>을 다시 꺼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경험에서 무언가를 배우려면 경험의 순간에 깨어있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그 경험을 제대로 인식하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샤우나 샤피로의 <마음 챙김>을 다시 책장에서 살포시 꺼내어 눈에 보이는 곳에 두기도 했다.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어야 경험에서 제대로 배울 수 있다지만 우리 주위에는 주의자본을 빼앗아가는 요소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렇기에 최근에 읽었던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유연함의 힘>을 읽으면서 6권의 책들이 떠올랐지만 뭐니 뭐니 해도 챕터 1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책이 있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었다. Be proactive. 가장 첫 번째 습관인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라는 부분이었다.


자신의 삶을 주도하지 못하고 남 탓, 환경 탓, 현실 탓을 하다 보면 유연함의 기술을 습득할 수 없다. 8장에도 나와있듯이 환경에 휘둘리지 말고 우리는 환경을 ‘이용’해야 한다. 불리한 상황, 또는 힘든 역경이 닥쳤을 때 주저앉을 게 아니라 이게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칠게 아니라 진짜 그건 ‘기회’다. 이렇게 생각하기가 쉽진 않지만 지금 이 글을 쓴 것만으로도 다른 프레임이 씌여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나에게 ‘기회’라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나의 강점을 더 날카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쉽게 떠올리거나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대단한 일이 아닌데…‘라고 느끼는 일 자체가 사실은 인지하지 못한 강점을 알려주는 좋은 신호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실험하는 과학자의 태도로 나 자신을 관찰하고 PDS다이어리를 작성하면서 나에게 피드백을 주고 성장하는 게 일상이 되어야 한다. 나에게 매일 달리기와 영어공부, 독서는 이미 자동시스템으로 정착된 존재긴 하지만, 유연함의 기술은 이제부터 장착해서 습관으로 만들어야 할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유연성 강화 목표 세우기였다. 생생한 이미지로 미래에 대한 희망 목표를 세우는 것은 나에게 비교적 쉬운 일이었지만 그걸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하위 저차원적 목표를 세우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목표 겨냥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열심히 무언가를 해도 임계점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나의 이 두려움과 불안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주 봐야 했다. 내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나에게 단 하나의 유연성 강화 목표를 세우고 그에 초점을 맞추는 게 어려웠던 이유는 업무 능력 향상과 아이들, 남편과의 소통이라는 3가지를 하나의 큰 줄기로 가져갈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을 내서 고민을 하고 조금씩 조정을 하며 실행을 했더라면 그에 맞는 적합한 목표를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모든 게 내가 ‘바빠서 시간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좋지 않은 고정형 마인드셋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며 반성을 해본다. 누구나 성찰 기피증을 앓고 있다고 저자도 말했듯이 우리는 불편한 것에서 자꾸만 도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내 어려움을 잠시 잊게 만들어주는 인스턴트식 즐거움에 자꾸 시선이 가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요즘에는 옛날 같으면 재미있었을 영상들을 봐도 결과적으로 기분이 나빠지기만 했다. 나의 시간이 이렇게 남이 만들어놓은 콘텐츠 소비로 흘러갔구나, 나의 주의력을 도둑맞았구나라는 분함을 느끼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내가 정한 유연성 강화 목표는 나의 영향력의 원(circle of influence)에 더 집중하고 내 실력을 끌어올리기가 되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에서 말하는 circle of concern(관심의 원)과 circle of influence(영향력의 원)을 구분하고 영향력의 원에 집중하는 삶을 사는 게 나의 목표다. 자꾸 관심의 원으로 에너지가 쏠리는 것 같으면 그 주의자본 초점을 영향력의 원에 가져오기 위해 초점 설정을 조정하고자 한다. 내 업무에서도, 남편과의 사이에서도,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말이다.  

그래서 요새 몰입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시간관리, 새벽운동, 습관이라는 자동습관, 뇌과학에 관심이 있어서 책을 보며 정보를 흡수하다가 알게 된 flow몰입이라는 개념이었다. 미하이칙센트 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읽게 된 건 나에게 정말 행운이었다. 고민을 하며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할 때보다 실행할 일을 하며 그저 ‘그 순간’에 존재할 때 자유를 느낀다. 그런 경험을 조금씩 하다 보니 유튜브에 시간을 빼앗길 때나 누군가와 수다를 떨 때보다 업무나 글쓰기에서 느끼는 몰입의 순간을 미친 듯이 갈구하게 되었다. 이게 몰입에 대한 중독증상인가 싶을 정도로 그에 대한 목마름은 점점 강해졌다. 그걸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라는 창작 활동을 통해서 나의 감정이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갈 때 쓸 수 있는 주의 재배치(Attention Redeployment) 전략으로 삼아야겠다고 이번 기회에 다짐하게 되었다. 유연함의 기술은 어떤 상황에서도 쓸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느낄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이게 유연함의 힘에서도 말하는 감정을 학습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법이고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주도적이 되어라’의 진정한 의미다. 남이 나에게 한 말로 나의 기분이 100% 나빠진다는 것도 결국 ‘나의 선택’이다. 나는 상대의 어떤 부정적인 얘기를 듣고도 흘려보낼 수도 있고 오히려 타산지석으로 삼아 나는 그런 모습을 타인에게 보이지 않았나 반성하는 기회를 삼을 수도 있다. 아니면 상대방의 예민함을 캐치하고 연민을 느끼고 그에 대한 관심을 쏟는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이게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유연함의 기술의 진짜 힘이 아닐까 싶다.


빠르고 얕은 성공법칙과 자기 계발 무용론이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유연함의 기술이다. 우리는 다시 과학자가 될 수 있다. 모두가 과학자로 태어났지만 그 실험정신을 잃어버린 뻣뻣해진 어른들을 위한 개인코치가 이 책이 될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씽큐베이션 14기가 돌아왔고 그 시작이 <유연함의 힘>이라는 사실에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19년도 여름 씽큐베이션 2기를 시작으로 처음 씽큐와 인연을 이어나가기 시작할 때 나는 돌이 갓지난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매주 1권씩 총 12권을 읽고 서평을 쓰는 대장정을 시작했었다.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 때의 완주 경험이 나의 자기효능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12권의 책, 그리고 12편의 서평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그 때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결국 닥치면 하고 함께라면 더더욱 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그 때 어린 둘째를 데리고 토론 참가를 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간절함을 이해해주시고 보듬어주셨던 김주현 이사님께 감사인사드리고 싶다. 이제는 상상스퀘어 직원으로 직접 인사드릴 수 있는 인연이 된 것 또한 감사한 마음뿐이다. 씽큐베이션이라는 독서모임의 진면목은 완주를 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다. 힘들고 어쩔수 없다며 중간에 포기한 사람은 그 소중한 경험을 영영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다 속상할 정도다. 다음 책은 <고통의 비밀>이다. 경제와 역사에 젬병인 내가 제일 걱정되는 건 <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 정책>과 8월 2일에 출간 예정인 <대한민국 돈의 역사>다. 하지만 이것도 유연함의 기술을 발휘하여 나의 젬병이었던 분야에 대한 새로운 재미와 관심도를 올릴 기회라고 생각하고 콧노래를 부르며 모험의 기회로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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