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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Mar 19. 2022

스토리에 유전자 한 스푼이라는 게 이런 걸까?

내 고등학교 시절 영어 공부한답시고 주야장천 보던 게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영어가 매우 익숙해진 듯했고 감탄사를 연발할 때마다 영어가 튀어나오길래 영어 실력이 늘었는 줄 알았지만 늘긴 개뿔... 눈물이 앞을 가리니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그레이 아나토미

쨌든 나에게 <그레이 아나토미>는 의학 용어에 대해서 달달 외울 정도로 이해가 깊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의술을 다루는 의사, 레지던트들 모두 우리와 같은 인간이구나를 새삼 느낀 계기였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 안에 인간사 희로애락이 다 담겨 있었다. 그렇게 스토리텔링은 나에게 어려운 의학 분야에 대한 '친밀감'을 가져다주었다.


앨리 맥빌

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나에게 심리 카운슬링을 받는 것에 대한 막연한 로망(주인공이 자신의 상담사와 캐주얼한 분위기로 소파에 눕거나하는 등의 상담을 진행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과 'Bygone!'라는 단어만은 확실히 머리에 각인시켰던 미친 중독성의 드라마다. 지금 보면 너무 오래된 드라마이기도 하고 영상 화질이 적응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시리즈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이 드라마에 '법정 드라마를 빙자한 코믹 아스트랄 병맛 로맨스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뜬금포로 나오는 CG들은 주인공 앨리의 엉뚱한 머릿속을 대변하는 데에 필수적 요소다. 이 드라마에서 그 엉뚱함이 빠졌으면 팥 없는 찐빵이 될뻔했다. 쨋든 이 미드 역시 나에게 많은 후유증을 안겨주었는데 이렇게 스토리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에 나는 거의 확신을 느끼게 되었다.

젊은 시절의 로다쥬(a.k.a. 아이언맨)도 볼 수 있다

유전자라니... 게놈이니 염색체니...

내가 앞에 푹 빠졌던 두 드라마를 왜 언급했냐 하면, 그만큼 어려운 분야일수록 그걸 친숙하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서였다. 사실 앞에 두 드라마는 '본 목적'(의학, 법정 드라마라는)이 있지만 사실은 공통된 부분이 'OO드라마를 빙자한 로맨스물'이라는 점이었다.


우리가 무언가 어려운 것을 이해하기 이전에 친숙함부터 느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삶과 깊은 연관이 있는 분야임에도 어렵다는 이유로 관심조차 가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분야들이 많다. 특나 유전자 관련분야라면 더더욱 말이다. 나름 생물을 좋아했던 나였지만 유전자 관련 얘기가 나오면 겁부터 먹곤 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을 와장창 깨부수어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게놈 오디세이>였다.



유전자에 대해서 잘 모르더라도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저자의 비유법(페라리 가격과 유전자 검사 가격 비교 부분에서 특히나 무릎을 탁 치게 된다)하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에 매료된다.


노화, 질병, 그리고 유전자

우리는 나이가 먹어간다는 건 당연한 것,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전자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우리의 두려움을 더 가중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GMO에 대한 오해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나, 잘못된 가짜 뉴스에 사람들이 휘둘리는 이유도(이번 팬데믹 때 우왕좌왕하는 나라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게다가 아직까지도 예방접종에 대해 떠도는 도시전설같은 가짜 정보들을 생각해보면 된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올바른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모르기 때문에 가짜 뉴스에 휘둘리기 쉽다. 가짜 뉴스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https://brunch.co.kr/@onekite1025/984

https://brunch.co.kr/@onekite1025/571

(위의 글<다 안다고 자만하는 순간>에 소개된 책은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필독서 ㅠㅠ)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도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https://m.blog.naver.com/onekite1025/222311916333


그래도 겁난다고 눈을 가리며 그런 미래가 오지 않길 기도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유전자 검사 비용이 엄청난 속도로 싸지고 있고, 빠른 시간 안에 나온다는 건 그만큼 언젠가는 유전자 검사도 코로나 자가검진 키트처럼 간편하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가타카는 지금 봐도 진짜...크으.. 에단 호크 미모 좀 보세요 여러분...(주드 로, 우마 서먼은 눈에 안 들어옴 주의)

가타카(G.A.T.t.a.C.a)

영화 <가타카>는 1997년도에 개봉한 영화지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Gattaca라는 영화 제목은 DNA 구성요소인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다. 그래서 오프닝 크레딧에서 제작진들의 이름이 뜰 때 A, G, T, C만 볼드체 처리되어서 나온다. 20년도 더 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단순히 '유전자 조작이 다가오는 미래는 무섭다'가 되지 말아야 한다. 철학적인 질문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미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에 대한 토론도 이루어져야 한다.  단지 이 영화를 SF영화로만 생각하고 본다면 두려움만이 남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본다면 어떤 부분이 단지 공상에 불과한지 아니면 어떤 부분은 우리가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나에게는 유전자에 대한 구체적 지식은 없지만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에 관한 내용이나,

https://brunch.co.kr/@onekite1025/1113


우리 뇌의 아주 작은 세포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라든지,

https://brunch.co.kr/@onekite1025/1082



노화의 종말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라든지,

https://m.blog.naver.com/onekite1025/222070209297

https://m.blog.naver.com/onekite1025/222601703584



다양한 책들을 통해 아주아주 약간은 친숙하게 느껴지고 있는 상태다. 그런 의미에서 <게놈 오디세이>는 그 시작에 아주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그리고 스토리와 버무려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이런 책들을 곁에 들 수 있어서 행복한 요즘이다. 나의 유전자에 대한 이해도가 오늘도 +1 상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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