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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Apr 23. 2021

가짜 정보에 신물이 났다(Thanks to 구명조끼)

이젠 정보 홍수 속에서 살아남는 자가 강력한 자다

페이크 뉴스가 현대 사회의 문제라는 게 널리 알려진지도 꽤 된 듯하다. 그럼에도 그에 따른 문제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더 많은 그럴 듯한 헛소리와 의도적인 페이크 뉴스 덕분에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시대가 아니다. 애덤 그랜트의 신작 내용처럼 <Think again>해야 할 때다. 어떤 게 헛소리고 아닌지를 간파할 수 있는 사람만이 우리의 시간을 도둑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는 가짜 정보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 의미에서 <똑똑하게 생존하기 : 거짓과 기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헛소리 까발리기의 기술>은 참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원제는 <Calling Bullshit>이다. ‘세상에는 헛소리가 넘쳐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익사 지경에 처했다’라니...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 직전이었던 내게 구명조끼가 던져졌다. 거부할 이유가 없다.


헛소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헛소리를 반박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그런 헛소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보다 몇십 배나 많다.”라는 점이다.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알베르토 브란돌리니가 만든 브란돌리니의 법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사악한 천재나 무지한 바보가 이런 일을 만들어내고,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이런 헛소리가 퍼지는 건 가짜 뉴스에 현혹된 ‘우리’가 주범일수도 있다. 주범까지는 아닐지라도 공범인 건 확실하다.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라는 치명적인 거짓말이나 ‘타진요’라든지 우리 주위에 아직도 퍼져있는 ‘진실처럼 보이는 가짜 정보들’을 퍼다가 나르는 사람은 나와 나의 지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가짜 정보에서 벗어나려면 나부터 어떤 게 헛소리이고 아닌지를 구별할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헛소리, 호도, 쓰레기 간파하기

정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정보 과부하는 더욱 심해졌다. 헛소리의 기원은 속임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런 속임수가 난무하는 이유는 모든 이들이 우리에게 뭔가를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복잡한 언어 체계 덕에 우리는 다양한 헛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부분이 참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게 느껴졌다.


‘엄밀히 따졌을 때 사실이 아닌 말을 해서 상대방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것’을 호도라고 한다. 노골적으로 거짓말하기보다는 은근슬쩍 감춰버리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한 뒤 나중에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대거 안겨준다는 것도 문제다. 악의를 가지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자기가 한 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애매모호함을 선택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4차 산업이니 AI, 빅데이터, 블록 체인, 머신러닝 등 우리에게 점점 어려운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와중에 데이터는 중요하니 데이터를 일단 다룰 줄 알면 되겠지 싶어 뛰어드는 이들도 많겠지만 일단 중요한 건 데이터 자체가 쓰레기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데이터에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건 진리다. 그러니 저자 역시 어려운 분야의 세부적인 걸 다 알아야지만 헛소리를 간파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방법론으로써의 통계분석의 세부 사항을 파고 들기보다, 샘플을 어떻게 수집했는지 물어 볼수있다’며 나와 같은 컴알못 데이터 알못 일반인에게도 용기를 북돋아준다.


헛소리를 간파하려면 먼저 잘못된 상관관계인지 알아야 한다. ‘인과관계는 여러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고 피드백 고리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똑똑하게 생존하기>의 저자도 말하고 있다. 상관관계와 연관성을 이해하고 그걸 도식화할 줄 안다는 것은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시각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고수는 복잡한 것을 어린아이도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할 수 있는 이를 말한다. 단순한 걸 복잡하게 꼬아서 말하거나, 복잡한 걸 그대로 복잡하게 설명하는 전문가를 만난다면...당장 도망쳐라! 어떤 분야에서든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을 초보자의 시선으로 설명해주는 고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전문가를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매체인 책을 사랑한다. 게다가 깊이 있고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속해있는 것도 중요하다. 헛소리를 간파할 수 없는 무리에서는 다수에 의해 나 자신도 가짜 정보들에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예술행위가 된 헛소리

당신이 하는 얘기는 흥미롭거나 인상적이거나 매력적이어야 한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자기 얘기가 그런 효과를 발휘하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 이런 허튼 소리는 이른바 주의 경제attention economy에서 하나의 예술 행위가 됐다.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는 얘기들을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한 우스운 말, 끔찍한 첫 데이트, 반려동물들이 겪은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얘기는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걸 읽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 <똑똑하게 생존하기> Chapter 1. 사방에 널린 헛소리_ 애매모호한 말과 변호사의 언어 중에서

우리는 수시로 이렇게 예술경지까지 끌어올려진 헛소리를 마주한다. 사실 헛소리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게 문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예술행위로 끌어올려진 헛소리로부터 느끼는 감동인걸까, 아니면 내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할 의미있는 지식일까 하고 말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우리 인류가 살아남은 이유가 픽션을 믿는 힘으로 똘똘 뭉친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헛소리는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는 희망이 있다. 우리 개개인에게는 ‘선택’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에서 멀어지기, 그리고 공유할 때는 신중하게

헛소리를 양산하는 사람을 없애기 어려운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자세 때문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잘못을 멋지게 시인하고 물러날 줄도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그런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믿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보면 그런 유연성과 포용력의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어쩌면 위기에 몰린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게 진짜로 밝혀져야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이 보상받는다고 믿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도 제작하고 그럴싸한 증거들을 모으고 책을 쓰고 더 철저한 헛소리의 세계로 자신을 가두는 걸지도 모른다.헛소리 정보가 너무 많다면 정보에서 멀어지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쓰레기 정보를 쉽게 생산하고 공유하기 더욱 쉬워진 세상이니만큼 공유를 하는 것도 신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현대인이 살아남으려면 하루빨리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헛소리를 가려낼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할지도 모른다. 시간은 한정적이니 정보 디톡스를 통해 내 삶에서 중요한 문제와 알고 싶은 주제를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 뉴스 피드를 봐야지만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서 각자의 인생 과제를 찾아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에게나 ‘기록’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말하고 다닌다. 아는 게 없다고,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주저할 게 아니라, 단 한 챕터를 읽더라도 자신 안의 생각의 요새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헛소리에 쉽게 현혹될 것이고 또 다시 그 헛소리를 누군가에게 퍼다 나르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 사회적으로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이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수많은 헛소리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고 나와 주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똑똑하게 생존하기 _ Calling Bullshit>은 이 시대의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 그런 의미에서 최근 내가 알고 싶고 관심 있는 주제는 국제정세와 세계사다. 큰 숲을 보며 제대로 된 정보를 차근차근 모아보며 공부해나가려고 한다. 그게 시야를 넓히고 가짜 뉴스로 인해 불안해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게 할 강력한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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