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사촌이 동성 결혼을 했다. 보통의 나는 결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새로운 고생길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결혼이나 식이 내게 주는 감정은 결혼 생활과 함께 시니컬해졌다.
나는 이 사촌을 잘 모른다. 한번 정도 보았던가. 고로 내가 이 결혼식에 감동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미 입장에서부터 마음이 뭉클해져버렸다. 두 여자는 각자 자신의 아버지와 손을 잡고 입장했다. 표정은 행복했고 기대로 가득했으며 묘한 설레임과 두려움이 섞여있었다. 프랑스의 결혼식에서는 신랑은 어머니와 신부는 아버지와 입장을 한다. 신랑은 혼자 입장하고 신부는 아버지의 부축을 받듯 입장해 아버지에 의해 남편에게 건네지는 듯한 한국 결혼식과 다르다. 동성커플이든 이성커플이든 두 사람이 모두 각자의 부모와 함께 입장하는 장면은 참 감동적이다.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시작을 두 사람 모두 동등하게 부모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마치 부모가 이제는 정말 너만의 가족을 시작하는거라고 입구까지 동행해주는 느낌이다.
이 두 여인은 수줍게 부모에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지 않았다. 아버지와 손을 맞잡고 즐겁게 걸어들어왔다.
결혼식을 진행하는 시장이 눈물을 글썽였다. 이거 자주 할텐데 왜? 무엇이 감동적일까? 궁금해서 님에게 물어보니 작은 시골 마을이라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어 그런거란다. 시장이 입을 앙 다무며 눈물을 참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두 여인은 시청을 나설때 쓰일 음악으로 요즘 꽤 유행하는 대중가요를 골랐다. 새로운 시작과 어울리는 가사위 노래였다. 그리고 님이 내게 속삭였다.
“사촌과 결혼하는 사람이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그 반 아이들이 축하노래 하러 왔어.”
이게 한국에서는 가능한 그림일까 생각했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동성 결혼을 하고 그걸 아이들에게 그대로 알려 초대를 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담아 축하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아이들의 고운 노래에 감동해서 모든 아이들에게 일일이 뽀뽀해주고 안아주는 선생님. 그리고 그녀의 감동의 눈물. 참 아름다웠다.
잘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이었지만 잘 아는 사람의 결혼식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도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생각했던 것 같다. 참 아름다운, 꾸며지지 않은 그대로의 사람들과 감정들이 살랑살랑 넘치는 결혼식이었다.
나도 좀 놀고싶어서 주노가 일찍 잠들길 바랬지만. 주노는 자정이 넘어 디저트 먹을 시간에 잠들어버렸다. 물론 진정한 유흥의 시간은 자정 넘어서겠지만, 난 이제 그러기엔 신체가 늙었다. 결국 애만 보다 집에 들어갔다. 그런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