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라는 사람.

엄마라는 자리 말고.

by 몽아무르

내 시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찾을지 모르겠다. 님은 나름 많이 노력해주는데 뭐가 문제지. 진짜 마음을 딱 먹고 두시간 정도 어디에 처박혀야 하나보다.


리아는 점점 귀여워지고 주노도 점점 대화가 통해가고 있다. 아이들은 귀여워지는데도 내 가슴 속 한구석은 텅 빈 느낌이다. 내 인생에서 뭐가 하나 사라진 느낌. 그 구멍을 채우고 싶은데 도저히 채워지지가 않는다. 아이들도 예쁘고 남편도 노력하는데. 안된다. 나라는 인간의 시간과 공간이 없기때문이겠지. 성취감을 느껴본게 언제지. 누군가 나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아본게 언제지. 스스로 무언가 해내고 있다고 느낀게 언제지.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게 언제지. 내가 무언가 만들어가고 있다고 느낀게 언제지. 아이가 밥을 잘 먹어서, 아이가 드디어 기어서,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써서 기쁜거 말고 내가 무엇을 해내서 기쁜건 언제지.


누군가는 아이나 남편의 성장을 나의 성장으로 생각하라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어느날 님이, 자기가 진행하는프로젝트가 인정받아 예상 밖으로 판이 커졌다는이야기를 할 때, 그래서 일이 많아져서 퇴근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할 때 나는 마냥 축하하고 기뻐하지 못했다. 못난거 아는데 그랬다. 그래. 니가 그렇게 인정받고 퇴근 늦게 할 수있는거 다 내가 애들 봐주고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하니까 가능한거야. 나는 왜 이걸 다 하면서도 번역을 했을까. 내돈벌이가 상대적으로 시원찮아서? 나는엄마니까? 나는 왜 박사를 포기했을까. 나는 엄마니까? 애들이 너무어려서? 제일 화가 나는건 이제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나 자신이다. 생각하는 것도 귀찮고 읽는것도 글을 쓰는 것도 보는 것도 귀찮아진, 그저 육퇴하면 피곤해서 티비 앞에 앉아 빨래나 개고 싶은 엄마가 되어버린 나 자신 말이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잘못된걸까. 아이들이 학교에 가게 되면 다시 천천히 올라갈 수 있을까. 이런 패배감이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투덜거리기만 하는 것도 참 못난 일이다. 안다. 알면서 이런다. 어차피 이렇게 되게 만든건 내 책임이 가장 클텐데 말이다. 다시 하나씩 쌓아보자. 하나씩. 조금씩. 그러다보면 어딘가에 닿아있겠지. 아니 닿지 않아도 좋으니 매일 조금씩 나라는 인간을 들여다보고 살자. 아이나 남편이 아닌 나. 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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