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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 Jan 13. 2019

푸꾸옥에서 마주한 해변의 연인들

베트남 한 달 살기 Day 19

나의 연인 관계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연인들이 가득한 곳에 가는 것을 싫어할 정도다. 연인들이 많은 곳의 공기는 뭔가 다르게 다가온다.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다정한 커플들을 보면, 왠지 나도 저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이 들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과도하게 애정행각을 보이는 커플들을 보면 쟤네 왜 저러지,라고 하며 혀를 끌끌 찰 정도이다. 


베트남 푸꾸옥 섬에는 연인들이 참 많다. 주변에는 온통 연인들만 보인다. 혼자 여행 온 내가 잘못 왔나, 싶을 정도이다. 간혹 혼자 온 여행자도 보이긴 하지만 식당에도 커플, 리조트 수영장에도 커플, 해변에도, 도로 위에도 커플 천지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든 연인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들을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이상하다.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마음도 너그러워진 건지 당최 이유를 모르겠다. 

특히, 해변에서 마주치는 연인들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처럼. 


바다 저 멀리까지 나가 둘만의 추억을 쌓아가는 연인들.

손을 잡고 해변을 거니는 연인들. 

서로에게 선크림과 태닝 크림을 다정하게 발라주는 연인들. 

모래 위에서 서로 포개어 잠을 자는 연인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연인들. 

백사장에서 우두커니 앉아 함께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는 연인들.


바다는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 연인이 키스를 한다. 마치 연극의 엔딩처럼 다가온 파도가 그 장면을 서서히 가린다.


눈을 감고 오늘 만난 모든 연인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상처를 주고, 상처 받은 누군가는 그 사람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 추억에 아파하다가 그 시간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이별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곳에서의 추억을 발판 삼아 앞으로 평생 연인으로 발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 훗날, 오늘 마주친 커플들이 푸꾸옥에서 보낸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상하면 좋겠다.

이별을 해도 참 좋았던 시간이었어,라고 자신을 다독여주는 추억으로 남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모두 다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온 맘 다해 이들 연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


그나저나 한국에 있는 H가 사무치게 그리운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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