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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나그네 Jul 23. 2017

아프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없이 지면 비로소 느껴지는 것들

"열이 40도까지 올랐어요. 이 정도면 다른 사람 같으면 응급실로 가서 입원해야 합니다!"


회사에 웬만해서는 양해를 구하려 하지 않는 성격인데, 월요일에 안 되겠어서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병원으로 갔다.

다들 덥다고 하는 날씨에 긴바지에 담요를 세장이나 덮으며 춥다고 하고 있었으니.

무슨 원인인지 모르겠으나 체온계를 잰 의사 선생님은 놀라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는 데, 더 아파오는 느낌이다. 
링거 하나 맞고 열을 좀 내리며, 회사로 돌아왔다. 

극심한 두통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겠고, 심지어 약까지 토해버릴 만큼 울렁거리고, 힘들었다. 


내 생애 이렇게 아픈 적이 없을 정도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눈앞이 캄캄하여 쓰러질 정도였다. 

한 일주일을 시름시름 앓으며, 건강해지면 불평 없이 감사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느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내가 가진 것들에 비로소 감사함이 묻어 나온다. 

평소에 잘 작동하는 모든 것이 감사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 평범함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일일 수 있다. 

병원 가는 길에 손에 쥐고 있던 아이폰을 떨어뜨렸다. 다시 주워 들었을 때, 아이폰은 이미 망가져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일단, 몸이 너무 아파서 폰에 정신을 쓸 겨를이 없어 그냥 방치했는데, 그런대로 폰 없이 사는 한주도 괜찮은 거 같다. 또 언제 폰을 사지 하는 생각이 마음속 한편에 계속 들긴 했지만, 적당히 작동하던 폰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그런대로 감사한 일이었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폰을 보지 않고 다른 것을 보고 생각하는데서 오는 여유가 있다. 

모든 것이 멀쩡하면 가장 좋겠지만, 설령 멀쩡하지 않아진다고 하더라도 그 멀쩡하지 않음에서 볼 수 있는 다른 것이 있다. 하지만 평범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것은 순간을 감사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둘째, 소중한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된다.

아프면 보고 싶고 생각나는 사람은 고향의 가족이었다. 비록 걱정할까 봐 연락할 수 없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이 떠오른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내 일과 같이 걱정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보인다. 그제 지나고, 어제 지나고, 매일 같이 좀 괜찮냐고 걱정된다고 기도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덕분에, 너무 아프면 같이 병원 가 줄 테니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눈물겹게 고마웠다. 이 사람들이 진짜 내 사람들이고 생각하게 된다. 


셋째, 얽매이고 있는 것에서 조금 자유로워진다.

회사 빠지기 눈치 보일 만큼 아픈데, 너무 심하게 아프니 회사가 무슨 소용이냐. 내 몸, 내 건강이 제일 우선이다 라는 마음이 들게 된다. 

회사 일을 걱정 안 할 수 없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비로소 이 당연한 진리를 다시 깨닫는다. 

내 건강과 행복이 최우선인 것을. 일에 얽매이는지, 회사에 얽매이는지, 돈에 얽매이는지, 그게 무슨 소용인가. 건강이 없다면.

자유해짐을 느끼게 된다.



이 깨달음이 또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당연한 깨달음들을 아파서 깨닫는 것이 아니라, 이후로도 늘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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