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잊은 것을 상기시켜 주니까.
여행이 끝나면 변할 것이라 생각했다. 일상이 변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내 생각과 기준은 조금 더 확장되어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일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지만, 조금의 여유가 생겼으며 기준이 달라지긴 했다. 문제는 이 기준을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지켜가는 것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회사, 집이 결코 전부가 아니야. 세상은 넓어.
배우는 것에 나이는 없어. 지금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나이야.
지금 이때 해야 할 것들에 대한 기준은 누가 세운 거야? 너는 너의 삶을 살아가."
여행을 하며, 보고 느낀 것을 사고할 수 없게 만드는 한국의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지켜내고 싶었다. 스몰 스몰 야근의 삶, 해는 더 짧아져서 집에 오면 쓰러져 자고, 아침이면 다시 일어나서 출근하고, 업무 스트레스는 치솓고, 점점 지쳐갔다. 또 이렇게 나에 대해, 큰 그림에 대해 생각하고 충분히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구나,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구나 느껴지니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지켜낼 것이다.
바쁜 일상이, 끊임없이 몰아치는 일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나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라라 랜드의 미아가 말하지 않았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있어. 자신이 잊은걸 상기시켜 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