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8.(일)
아래는 내가 2010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다. 지금은 폐쇄한 블로그라 브런치로 가져왔다. 면접시험 준비는 시중에 파는 면접시험 기출문제집을 사서 했다. 그때 손으로 쓰면서 공부했던 면접 대비 노트를 계속 가지고 있다가 올봄에 이사하면서 버렸다. 문제집에 나온 모든 기출문제와 예상문제에 대한 나만의 답을 만들어 정리하고 달달 외웠다.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면접 때 제대로 된 대답을 하나도 할 수 없었을 거다. 찾아보니 11월 9일과 10일에 제14회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면접시험이 있다. 아주 오래전 후기지만 면접시험을 보는 분들께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올린다.
면접은 마지막 타임인 두 시 반이었고, 아침 아홉 시 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서 산업인력공단을 찾아갔다. 점심을 먹고 들어가니 공단 측에서 휴대폰을 걷고 신분증을 확인한 뒤 번호표를 배부했다. 대기하면서 여러 가지 주의사항에 대해 들었는데 특히 신상정보는 절대 얘기하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 삼십 분 정도 기다린 후 면접실로 들어갔다. 면접실은 한 방을 두 공간으로 나눈 형태였고 나는 그 안에서도 잠깐 기다렸다. 옆 칸막이 너머에서 어떤 분이 면접을 보고 계셨는데 왠지 딱딱한 분위기가 느껴져 조금 긴장했다. 내 차례가 돼서 "안녕하십니까. OOO번 수험자입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면접관은 총 세 명으로 오른쪽에만 여자분이 앉아 계셨다.
첫 번째 질문은 "이 시험을 보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였고 예상했던 질문이라 술술 대답했다.
두 번째 질문도 쉬웠다. "설거지의 표기는 어떻게 합니까?"였다. "설거지는 거에 지읒 받침이 들어간 설겆이가 아니라 소리 나는 대로 설거지로 씁니다."라고 했는데 내가 설겆이라고 말할 줄 아셨는지 왼쪽에 앉으신 면접관분 표정이 중간에 이상해 져서 그 와중에 조금 웃겼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그럼 오뚝이는 왜 오뚝이로 표기합니까?"라고 물으셔서 오뚝이는 '오뚝 일어선다'는 표현처럼 그 뜻을 살려 오뚝이로 표기한다고 대답하니 그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셨다.
세 번째 질문은 "'원 별말씀을 다.'라는 문장을 쓸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하고, 그것의 화용론적 명칭을 얘기해 보십시오."였다. 화용론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에 많이 당황했지만 일단 침착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예를 들어 이야기한 후 명칭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정확한 명칭을 몰라도 본인의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하셔서 머뭇거리다 겸손한 감사 표현인 것 같다고 얘기했다.
네 번째 질문은 "'춥대'와 '춥데'를 구분해 보십시오."였다. 이 질문 역시 기출문제에 있던 질문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일단 상황을 예로 들어 ㅐ가 쓰이는 '춥대'와 ㅔ가 쓰이는 '춥데'의 표기를 설명하고 '춥대'는 '춥다고 해', '춥데'는 '춥더라'에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그 '춥더라'에서 '더'의 기능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하셨다. 여기에서 또 당황해 버려서 조금 생각하다 과거의 일을 서술할 때 쓴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내 대답이 부족했는지 계속 관련 질문을 하셨다. 결국 틀린 대답이 나오자 "그러면 '꿈속에서 내가 요리를 잘하더라.'라는 문장은 성립이 안 됩니까?"라고 반문하셨고 내가 아차 싶어 "아...됩니다."라고 하니 다들 웃으시면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셨다.
마지막 질문은 'A-아/어하다'에 관련된 질문이었다. 처음에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틀린 대답을 하자 다시 풀어서 질문해 주셨다. 그때 많이 당황해서 그런지 질문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거의 공부하지 않은 부분이라 얼버무리다가 면접관분들이 이제 됐다고 하셔서 거의 절망적인 상태로 면접실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화장실로 가서 엄마와 통화를 하면서 울고 말았다.
당시 꽤 긴 시간 동안 면접을 봤던 것 같다. 생전 처음 본 면접이었으니 분명 당황할 때마다 표정에 다 드러났을 것이다. 마지막 질문을 받고는 아마 울상이 되었겠지. 다섯 번째 질문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당황을 해서 질문이 기억나지도 않았다니 아쉽다. 나도 내가 한 대답들 대부분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앳된 얼굴의 수험자가 기를 쓰고 대답을 하려는 모습이 가상해서 합격점을 주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그때 합격해서 딴 자격증으로 10년 가까이 먹고살고 있으니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그분들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