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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ofe YU Feb 11. 2020

한국어 강사의 구직 시즌

1년에 한 번 이상 구직 활동 필수?



또 왔다.
구직 시즌이.
지긋지긋하다.

  

  2018년 1월, 1년 10개월 동안의 한국어 교원으로서의 해외 파견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내가 해야 했던 일은 당연히 재취업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어 강사의 취업난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고 해외 파견 경험이 있으니 구직 활동에 유리할 거라고 착각을 했었다. 그렇다. 명백한 착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다문화센터에서는 다문화센터에서의 경험이, 초등학교에서는 초등학교에서의 경험이, 해외 파견 기관에서는 해외 파견 기관에서의 경험이 우선시되는 게 당연하다. 대학의 한국어학당 역시 한국어학당에서의 경험을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체감하기에 취업의 문턱이 가장 높은 자리가 바로 이 대학 부설 기관의 한국어 강사 자리인데 나처럼 대학 기관에서의 한국어 교육 경험이 거의 없는 한국어 교원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15시간 미만의 시수를 받게 되고 언제까지 수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 내 대학 기관에서 한국어 강사의 평균 계약 기간은 얼마나 될까.

  짧으면 10주, 길면 암묵적인 무기 계약 가능. 이 정도이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암묵적인 무기 계약'이라는 말을 썼는데 무기 계약이라는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지만 학기마다 재채용 절차 없이 자동으로 수업 시수를 받는 강사 자리를 지칭하고 싶었다. 그렇더라도 계약서는 학기마다 작성하기에 당연히 다음 학기에 재계약이 안 될 수도 있다. 정식으로 무기 계약직의 한국어 강사를 채용하는 기관도 있지만 정말, 매우 드물다.



  대부분 대학 부설 기관에서의 한국어 수업은 1년에 4학기로 이루어진다. 학기는 3, 6, 9, 12월 개강이고 학기와 학기 사이에 2~3주 정도의 방학이 있다. 1,2학기가 아닌 봄, 여름, 가을, 겨울학기로 부른다. 그 수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대학 부설 기관에서는 분기나 1년에 한 번 이상은 강사들에게 재채용 절차를 거치게 한다. 즉, 겨울학기에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가 봄학기에도 강의를 계속하고 싶으면 소속된 기관에 지원서를 다시 제출하고 면접도 다시 봐야 한다는 소리다. 6개월에 한 번 채용 절차를 밟는 기관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학에서 학부나 대학원의 학점반 강의를 맡을 시간 강사를 채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대학교 학기 시작 전에 채용 공고가 뜬다. 시간강사법이 바뀌고 난 후 최대 3년까지 임용이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한국어 강사들은 1년에 한 번 이상은 구직 활동을 해서 면접을 봐야 한다. 시강을 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물론 특이사항이 없으면 계속해서 채용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늘 그렇듯,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가 된다.



  2년 전에 구직을 할 때만 해도 나는 한국어 강사 채용 제도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다니던 기관에서 봤던 세 번째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그제야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계약이 안 된 게 너무 억울해서 고용노동부에 문의까지 해 봤다. 혹시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고.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어 강사가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이 때문에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었다. 고용노동부 직원도 내 상황이 안타까웠는지 기관에 지난 1년에 대한 4대 보험을 한꺼번에 들어달라고 요구한 뒤 실업급여를 신청해 보라고 했지만 방학이 있어 1년 내내 일을 지속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건 불가능했다. 수업을 하고 있던 기관에서 더 이상 수업을 못 하게 되면 그 근처만 지나가도 기분이 이상하다. 이상하고, 불쾌하다.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고 새 학기도 시작되려고 한다. 나는 이번 겨울에 세 곳에 지원서를 넣었는데 한 곳은 서류 탈락을 했고 두 곳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번 구직 시즌은 여느 때보다 더 힘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국이 제한되고 개강을 3월 16일로 늦추는 대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 기관에서는 유학생이 얼마나 올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에서 강사를 새로 채용하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3월이 빨리 왔으면 한다. 그때는 뭐라도 정해져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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