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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태 Nov 03. 2022

행복한 김과장 이야기 1화

#1

A동 김과장의 집 

김과장은 31세에 결혼해서 딸과 아들 두 자녀를 키우며 살고 있다. 김과장은 주변의 소개로 만난 현숙과 연애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달콤한 신혼여행을 마치고 보금자리가 될 A동으로 향했다. 

보증금 2천만 원에 얻은 반지하 빌라가 그들의 보금자리였다. 돈이 부족해 반지하를 얻었지만 그 당시엔 흔한 일이었다. 신혼 기념으로 집들이를 하며 회사 동기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동기 중에서 세 번째로 결혼했다. 그해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고 태풍이 연이어 몰려왔다.


김과장이 살던 동네에 개천이 있었는데 연이은 폭우에 역류를 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온 동네가 물에 잠겼다. 지대가 낮은 집의 반지하는 거의 모두 물이 들어와 이불이며 옷가지들이 물에 잠겼다. 사람들이 짐을 옮기느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다행스러운 일은 김과장이 살던 집에는 빗물이 조금만 들어왔다는 점이다. 주인아저씨가 마당에 있던 하수구를 정리하고 열심히 물을 골목 밖으로 퍼날랐기 때문이다. 김과장도 팔을 걷어붙이고 들어오는 물을 걸레로 훔치며 대야로 옮기고 있었다. 현숙은 임신 중이라 배가 남산만큼 불러있었는데 거실보다 조금 높은 화장실 안에 들어가 눈물만 짜고 있었다. 김과장은 연신 걸레로 닦고 물을 짜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휴 허리야..”

걸레를 짜며 김과장이 신음 소리를 냈다. 마침 방학을 맞아 놀러 온 현숙의 조카가 그 모습을 보며 같이 도와주었다.

“우리 보윤이가 기특하네. 허허..”

“저도 도와야죠. 호호.”

초등학교 4학년이던 조카는 이모를 좋아해서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였다. 김과장도 싹싹하고 예의 바른 조카가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장마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어느덧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조금씩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현숙이 산기를 느껴 병원에 입원했다. 아이가 거꾸로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떨어져 제왕절개를 하기로 했다. 곧바로 수술 날짜가 잡히고 아기가 무사히 태어났다.

"응애 응애~" 

“따님입니다.”

수실실 밖에서 기다리던 간호사의 말에 미소가 번졌다. 

“감사합니다.”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해서 김과장은 마음이 흐뭇했다. 드디어 아기 아빠가 된 것이다. 신생아실에 가서 첫 면회를 하던 날, 담요에 싸인 아기는 김과장을 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김과장은 신기해서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다.

“아기가 다들 이렇게 웃나요?”

“글쎄요. 대개 자는데 아빠가 좋은가 봐요.”

“그런가요? 허허” 

김과장은 웃는 딸의 모습을 놓칠세라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오신 부모님도 아기를 보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어머! 아기가 아주 예쁘다. 웃는 것 좀 봐. 호호.."

김과장의 어머니는 손주에게 방글이라는 예명을 지어주었다. 너무 잘 웃는 아기, 김과장의 첫 딸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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