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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연 Jul 16. 2021

이현령비현령, 원더윅스

땡스투 원더윅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꼭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이름하야 원더 윅스(wonder weeks).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유독 더 울고 떼를 써 부모를 힘들게 한다는 때를 말한다. 원더 윅스는 내게 꽤 유용하고 고마운 단어였다. 


소위 ‘이현령 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린 시절의 나를 닮아 에너지가 넘치고 유독 잠이 없었다. 세상에 태어난 첫 순간부터 그랬다. 조리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수유 등의 이유로 밤 늦게 아기를 보러 가면, 항상 누군가 아이를 안고 계셨다. 혼자 누워있던 적이 없었다. 그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파워 긍정녀이자 초보 엄마였던 나는 ‘어머, 우리 아이가 여기서 제일 사랑받네? 정말 좋다’ 라고 생각했다. 무척 해맑고 청순했다.      



아기를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눈웃음으로 인사를 드리면 꼭 이렇게 한 마디 덧붙이셨다.  



   

“어머, 아기가 정말 똑똑해요. 밤새 눈 마주치고 놀자고 하더라구요.”

“아이가 몸을 세워서 구경하길 원해요. 많이 안아 줄 수 있어 정말 좋네요.”

“세상에 온 것이 너무 기쁜가봐요. 호기심이 진짜 많네요.”     

친절하고 따뜻한 말 속에 담긴 진심을 그때는 읽지 못했다.     




‘아기가 안자네요. 정말 안 자네요. 어떻게 해도 안 자네요. 무슨 수를 써도 안 자네요!’     





조리원에서 퇴소하던 날, 조리원 실장님께서 내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집에 가면, 아기가 잠을 안 자서 힘드실 거에요. 낮 밤도 많이 바꼈구요. 그래도 이런 아이들이 총명하고 똑똑해요. 산모님 너무 힘드시거나 어려우면 전화주세요. 도와드릴게요.”     





실장님의 ‘불면 예고제’ 덕분인지, 스스로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던 덕분인지 어렵지 않게 아이의 성향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예민했던 우리 아이에게 원더 윅스가 아닌 날은 없었다. 굳이 이야기하면 5일 정도는 수월했고, 360일은 원더윅스였다.      




아이가 왜 30분 마다 깨지? 

아! 원더 윅스 인가보다.

아이가 왜 이유식을 전혀 안 먹고 다 뱉어내지? 

아마 원더 윅스라서 그렇겠지.

왜 목청이 터져라 우는거지? 쥐들이 지진을 감지하듯 세상의 멸망의 기운을 읽은 것인가? 

원더 윅스라서 그럴거야.     




이현령 비현령의 원더 윅스는 내게 묘한 위안을 주었다. 안 자고, 안 먹는다고 의문 갖지 않았다. 왜 이러냐고 토 달지 않았다. 아기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그 시간을 통해 자라고 있음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파도를 탔다. 감사함으로 즐겼다.      





우리는 원더 윅스가 아닌 원더 이어(Wonder Year)를 겪었다. 그 시간 덕분에 아이의 존재는 내게 그저 원더(Wonder)였다. 숨만 쉬어도 예쁘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했다. 모든 의문에 답이 되어준 원더 윅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땡스투원더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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