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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넘어파 Mar 15. 2024

웨딩카로 아반떼를 탄 후배교사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15화




교사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마음 부자, 제자 부자, 보람 부자. 이런 거 말고, 돈 많은 부자 말이다. 돈이 어느 정도 많아야 부자일까? KB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한 개인을 '한국 부자'로 정의한다. 2023년 기준 '한국 부자'에 속하는 인구는 45만 6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0.89%라고 한다. SNS 등을 통해 부자처럼 보이는 사람을 워낙 많이 보다 보니 10억은 큰돈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세상인데 정작 금융자산으로 10억 이상 보유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0.89%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 질문을 더욱 구체화시켜서


교사도 금융자산 10억 이상을 보유할 수 있을까?


35년 동안(거의 최대치다.) 근무한다 쳤을 때, 한 달에 평균 240만 원은 저축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교사 월급으로 이 정도 저축하려면 숨만 쉬고 살아야 한다. 수도승처럼 산다면 가능할 수도.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는다면 불가능이다. 그런데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녀도 4명이나 계획하면서 무려 1조를 벌겠다는 정신 나간 교사가 있다. 만 32세다. 대학생 때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다. 나는 이 친구를 '종따리'라고 부르니 여기서도 편의상 '종따리'라고 칭하겠다.     


1조는 너무 허무맹랑하니 다시 10억으로 돌아가자. 종따리는 30대에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늦어도 40대에는 이룰 것이다. 부모님이 부자일까? 그렇지 않다. 확실하다. 지상 일등 짠돌이일까? 그렇지 않다. 내 생일 때마다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며 우리 집에 올 때마다 빈손으로 오지 않는 아주 경우 바른 후배다. 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다. 곧 첫째가 태어난다. 어떻게 3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금융자산 10억 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까?


종따리가 교사로 채용된 후, 지나가는 말로 전했다.


"월급 받으면 적금도 좋지만 우량주를 사 모으는 게 더 좋은 것 같아. 나는 초기에 저축만 했었는데 조금 후회되더라고.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매수했으면 훨씬 더 큰돈이 되었을 텐데."


사실, 나는 이때 코인만 모아갔다. 갓 사회초년생이 된 후배에게 코인을 사라는 건 조금 민망해서 주식을 사 모으라고 이야기했다.


지나가는 말이어서 흘려보낼 줄 알았다. 2년 정도 지났을까, 열심히 주식 투자한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돈에는 관심 없는 줄 알았더니. 대단히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임했다. 공모주 청약도 열심히 하며 부지런히 돈의 흐름을 타려고 노력했다.


나와 아내, 그리고 당시 솔로였던 종따리와 또 다른 동생까지 총 4명은 한 달에 한 번 우리 집에 모여 보드게임을 하곤 했다. 2020년 겨울, 그날은 보드게임은 하지 않고 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으로 동생들에게 코인 투자하고 있음을 고백했다. 이때는 주위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았기에 가까운 지인들에게 코인 투자에 대해 언급했다. 나는 이 동생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나도 좋았기에 꼭 같이 부자가 되길 원했다. 내 얘기를 듣던 동생들은 어느새 스마트폰을 만지며 업비트 앱을 설치했다.


코인 거래소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선물 투자는 라스베이거스 뺨치는 도파민을 제공한다. 직장에서 건실하게 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청년들을 늪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투자 원칙을 심어줘야 한다. 동생들에게 부자아빠를 같이 만나자고 했다. 동생들도 매우 반겼다.



장인어른, 부자아빠께 여쭈었다.


"아버님, 제가 친동생처럼 아끼는 동생들이 있는데 아주 건실한 청년들이에요."


"얘네들한테 부자 교육을 좀 해주실 수 있으세요?"


"맨 입으로?"


"돈이라도 걷어야 할까요?"


"당연하지, 뭐든 밥값을 제대로 치러야 하는 거야."


다소 민망했지만 동생들에게 수강료로 10만 원씩 가져오라고 했다. 동생들도 '당연히 그래야죠' 하며 선뜻 돈을 건넸다.  


2021년 봄, 부자아빠의 별장에 남자 넷이 모였다. 내가 7년 동안 들어왔던 내용을 속성으로 3시간 동안 집중 교육하셨다. 동생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교육 내용을 패드에 적었다.


종따리가 메모한 교육 내용

 


부자아빠는 곧바로 실천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일러주셨다.


1. 장지갑을 쓸 것.

2. 골프를 배울 것.

3. 목표를 구체화할 것.

4. 구체화한 목표를 눈에 자주 띄는 곳마다 붙여 놓을 것.



헤어지는 길에 부자아빠는 10만 원에 5만 원을 얹어서 15만 원씩 돌려주며 젊은이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종따리는 매우 빠른 실행력을 보여주었다. 인터넷으로 바로 장지갑을 주문했고, 오래된 골프 클럽을 구해와서는 퇴근 후 학교 골프연습실에서 연습했다. 며칠간 심사숙고해서 평상시 생각하던 목표들을 구체화한 후 눈에 자주 띄는 곳마다 붙여 놨다. 그의 카톡 프로필은 어느 날부터 해괴한 수수께끼 같은 그림으로 바뀌었다.



종따리의 인생 목표 삼각형



숫자의 의미는 이렇다.


1과 12는 그의 신앙과 관련된 내용이다.

120: 120살까지 살기

3070: 허리 30인치, 몸무게 70kg 유지하기

10000: 10000억(1조) 자산가 되기


1조에서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런 돌아이. 종따리도 같이 웃었지만 진지했다. 그는 나에게도 '무한능력(앤서니 라빈스 저)'같은 책을 보내주며 더 큰 꿈을 꾸고 내면에 잠재한 무한능력을 펼치라고 자극했다.


원대한 꿈을 꾸니 사는 방식도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 남들 돈 쓰듯이 똑같이 돈 쓰면 꿈은 꿈으로 끝난다. 내가 발견한 그의 돈 모으는 비법 중 하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은 은사님의 퇴직 선물로 골프 라운드를 갔다. 일행으로 은사님, 나, 종따리, 그리고 내 글에 종종 등장하는 심 선생님까지 4명이 함께했다. 종따리의 옷을 보고 깜짝 놀랐다. 르까프 로고가 아주 크게 박힌 체육복을 입고 온 게 아닌가. 와우. 보통은 라운드 나간다고 하면 골프웨어 한 벌쯤은 마련한다.



맨 왼쪽이 종따리다. 독자의 시선으로 상의 오른쪽 위에 르까프 상표가 크게 박혀있다.



종따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종따리의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에 심 선생님도 감탄한다. 나에게 와서는 귓속말로 이야기한다.


"종따리 샘은 진짜 좀 다른데? 멋있어."




종따리의 결혼식이었다. 웨딩카로 본인의 차인 10년 된 아반떼를 끌고 왔다. 진짜 이 녀석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구나. 종따리도 대단하지만 제수씨도 범상치 않다.


종따리는 소개팅에 나갈 때마다 매번 퇴짜 맞았다. 아반떼를 끌고 나가서는 상대 여성분께 자신의 인생 목표 삼각형을 설명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어떤 여성분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원샷하셨다. 1초라도 빨리 이 허무맹랑한 남자에게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종따리와 결혼한 제수씨는 소개팅에서 종따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 대박 물은 거 같은데?'  


부창부수라더니.



종따리는 본질에 집중했다. 라운드의 본질은 일행들과 즐겁게 골프를 치는 거고 결혼식의 본질은 가족들과 지인들 앞에서 결혼 서약하고 축하받는 거다. 타이틀리스트를 입는다고 볼이 더 정확하게 나가는 것도 아니고 웨딩카로 벤츠를 탄다고 해서 부부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도 아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쓸 돈으로 종따리는 부지런히 주식과 코인을 모아간다. 모아가는 속도가 정말 남다르다. 3년 먼저 코인을 사 모으기 시작한 나를 금세 따라잡을 기세다.


그는 지금 당장 1원도 빚지지 않고 벤츠 S클래스를 살 수도 있지만 여전히 2012년식 아반떼를 타고 다닌다. 둘째 태어날 때까지는 타고 다니겠단다.


종따리는 매일 아침 단톡방에 경제 관련 뉴스기사를 올려준다. <2040 서울도시계획>을 살펴보며 어디에 집을 마련해야 할지 계획한다.


이렇게 살면 교사도 1% 부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거고 소비에 대한 욕구가 매우 적어야 한다. 투자와 돈의 흐름을 향해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 한다. 종따리처럼 투자 실적이 괜찮다면 시간은 더 단축될 수도 있다.   





부자아빠는 나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해 오셨다. 그런데 나는 100억을 꿈꾼다. 근로소득을 잘 모아서 투자하는 걸로는 한계가 있다. 부자아빠도 결국 사업을 했기에 부자가 된 거 아닌가. 사업을 하고 싶다는 나의 말은 들은 부자아빠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훈이는 사업할 명분이 없어."


"아니, 100억을 벌려면.."


"돈을 쫓아가면 필연적으로 망하게 돼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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