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넘어파 Mar 08. 2024

주식투자, 이렇게 단순해도 되는 건가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14화



부자아빠, 장인어른께서 물으신다.


"훈이야, 이게 무슨 뭔지 알아?"


"다육이 아닌가요?"


"염좌라는 다육이야. 잎만 떼어내서 흙에 심으면 뿌리를 내리고 자라."


"아, 그래요?"


"이것 좀 가져가서 키워볼래?"


"제가 식물 키우는 데는 영..."


"이게 돈나무라고 불려. 집에서 염좌를 키우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있지."


"그럼 가져가야죠. 열심히 키워 볼게요."



그렇게 우리 집에 온 염좌는 나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다. 한 동안 규칙적으로 물도 주고 햇빛도 넉넉히 쐬어주었더니 제법 잘 커갔다. 돈이 막 들어오려나보다.


딸이 태어난 후, 염좌는 내 관심에서 멀어졌다. 애 하나 키우는 것도 벅차다. 나의 관심과 애정이 사그라들자 염좌도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오랫동안 물을 주지 않다가 번득 생각나서 왕창 물을 주곤 했다. 어느 날 퇴근 후 베란다에 갔다가 염좌가 완전히 죽어버린 걸 확인했다. 안돼!!!!! 하필 그날은 코인도 왕창 떨어져서 괜히 더 속상했다. 관심과 애정을 갖지 않으면 염좌는 죽는다. 염좌가 물이 필요할 때 물을 줘야 하고, 햇볕이 필요할 땐 햇볕을 쐬어주어야 한다.




처가댁에서 장인어른과 TV를 보고 있었다. 어느 방송에서 주식 애널리스트가 주가 전망을 하고 있었다.


"저런 분석이 주식투자에는 별 의미가 없어."  

 

"아버님께서는 주식을 사실 때, 어떤 기준으로 사세요?"


"일 잘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지."

 

"일 잘하는 기업은 어떻게 찾아내나요?"


"산업별 1등 기업이 일을 잘하고 있는 거지."


"다른 기업들이 치고 올라올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전교 1등이 앞으로도 계속 전교 1등 할 확률이 가장 높은 거야."


"그렇긴 하네요. 그럼 몇 % 수익을 보면 매도하시나요?"


"그건 근본적으로 잘못된 질문이야. 결국 돈을 벌려고 주식 투자를 하는 거지만, 돈을 벌려면 돈을 쫓아가서는 안돼."


"기업의 가치를 보고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좀 올랐다고 주식을 판다? 주가가 올랐다는 건 더 좋은 회사로 인정받은 거니 오히려 더 매수해야 되는 거 아냐?"


"그럼 매수하는 시점은 따로 정해져 있나요?"


"여유 자금이 있을 때마다 매수하지."


"가격이 많이 빠질 때를 기다리지는 않고요?"


"그걸 어떻게 예측하지? 지금이 저점일지, 앞으로 큰 폭의 하락이 있을지, 상승이 있을지 어떻게 알아. 물론, 기업 사정과는 관계없이 모든 주가가 빠지는 하락장에서는 더 욕심을 내서 매수하기는 하지."


"그럼 매도는 도대체 언제 하는 거죠?"


"자금 난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하지."



부자아빠의 주식투자는 마치 옛날 시골 농부가 소를 키우는 것과 같았다. 어느 농부가 송아지를 한 마리 사 와서 여물을 먹이고 살을 찌우며 키운다. 소는 시간이 흐르면서 몸짓도 크고 체중도 더 많이 나가니 값도 더 많이 오를 것이다. 소는 송아지를 낳기도 한다. 그렇게 소를 한, 두 마리를 늘려간다. 큰 아들 대학 갈 때, 큰 딸 시집갈 때 돈이 필요하여 어쩔 수 없이 소를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


가격을 예측하며 소를 사고파는 과정을 반복해서 돈 버는 농부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송아지는 언제든지 병들어 죽을 수 있다. 그러니 송아지를 살 때, 아주 튼튼한 놈을 잘 골라야 한다.


이렇게 주식 투자를 해서 정말 돈을 벌 수 있을까?


"아버님, 이렇게 주식 투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건가요?"


"그럼. 나는 이렇게 했기 때문에 벌었다고 생각해."


"이렇게 간단한데 왜 대다수 사람들은 주식으로 돈을 잃죠?"


"엉덩이가 너무 쉽게 들썩거려서 그래."


"엉덩이 무거운 학생이 공부 잘하듯, 주식도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돈 버는 거야."



딸이 태어난 후 딸 이름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줬다. 딸이 용돈 받을 때마다 단 1원도 가로채지 않고 주식 계좌에 넣어준다. 용돈의 가장 큰 기여자는 딸의 외할아버지다. 부자아빠의 하나뿐인 손녀인데 오죽하랴.(나도 가끔은 사위가 아니라 손자이고 싶...) 용돈으로 우리나라 1등 기업인 삼성전자 주식을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어느 바이오 기업의 주식도 매수하기 시작했다. 나는 코인으로 투자를 시작해서 그런지 주식의 변동성은 변동성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주 평온하게 투자하고 있다. 딸이 20살이 될 때까지는 오직 매수만 하려 한다. 주식투자, 이렇게 단순해도 될까? 한번 해보련다. 위대한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도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여러분 모두에게 장기투자를 권하고 싶다. 장기투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약속한다."


개별 기업의 흥망이 걱정되면 지수추종 ETF를 사면 되고, 한국 주식 시장이 못 미더우면 미국 기업의 주식을 사면 된다. 이러나저러나 장기투자를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투자 원칙이 간단하다고 돈 버는 게 쉬운 건 아닐 거다.




처가댁에 있는 염좌는 여전히 아주 잘 자라고 있다. 관심과 애정이 끊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도 자라려면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먼 부자 지망생인 나와 이미 부자가 된 부자아빠 중에서 누가 더 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을까? 부자아빠다. 비교가 안 된다. 부자아빠는 늘 신문과 경제 매거진을 보면서 세상의 흐름을 읽고 돈이 어디로 향하는지 주시하신다. 부자아빠의 돈이 더 잘 자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드머니에도 차이가 크다. 월급쟁이인 나의 낚싯대는 부자아빠의 낚싯대 보다 훨씬 짧아서 대어 잡기가 어렵다. 작은 물고기만 어슬렁 거릴 뿐이다. 그나마 짧은 낚싯대도 고작 한, 두 개 내리고 손을 벌벌 떨며 대어 잡기를 기원하고 있다. 사업가인 부자아빠는 여기저기 긴 낚싯대를 내리고 느긋하게 대어를 기다린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낚싯대를 늘려가는 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대어를 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투자로 부자 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100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말이다.


결국 사업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런 생각을 내비치자 부자아빠는 매우 심난해졌다.  


  



이전 13화 고수익, 원금보장 투자상품을 믿은 바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