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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넘어파 Mar 02. 2024

고수익, 원금보장 투자상품을 믿은 바보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13화

멸치와 꽃게의 차이를 알아?



부자아빠께서 물으셨다.


'멸치는 어류고 꽃게는 갑각류던가?'


"멸치는 그물에 잡혀 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죽어버려. 꽃게는 뭍으로 나와도 꽤 오래 버티지."


"아, 그래요?"


"투자에 들어간 돈도 마찬가지야."


'으잉?'


"멸치 같은 돈은 하락장이 오면 금방 죽어버리지."


"반면, 꽃게 같은 돈은 하락장에서도 오래 버티며 살아남을 수 있어."


"그렇군요."


"투자에 들어간 돈은 꽃게 같아야 돼. 진득하게 버틸 수 있어야 결국 큰 수익을 보게 되는 거야. "




2017년부터 현재까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시간 동안 환희의 순간은 짧았고 공포와 인고의 시간은 길고도 길었다. 첫 번째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며 나는 생각했다.


'아, 내가 왜 없는 돈을 끌어모으지 않았지?'


부자아빠는 내게 있는 돈을 끌어모아 가상화폐를 사라고 하셨다. 매수한 시점에 맞춰 기가 막히게 코인가격이 쭉쭉 올라가는 차트를 보며 어느 가수의 '내가 만일'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내가 만일 없는 돈도 끌어모았더라면... 지금 얼마가 되어 있을 거야...'  


환희의 순간이 곧 끝나고 공포의 시간이 다가왔다.


와.


이건 뭐 소나기다. 솔직히 흔들렸다. 하락장이 오니 여기저기서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린다.


'비트코인은 튤립버블',

'비트코인은 폰지사기' 등등.


법무부장관은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까지 나섰다. 이걸 계속 가져가는 게 맞는 건지 도통 정신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부자아빠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다. 촐랑거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던 거다. 부자아빠도 좀 흔들렸을까? 옆에서 관찰한 부자아빠의 모습은 정말 무사태평이었다.



"기다려봐 봐."


"조금씩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걸 보게 될 거야."



내가 가상화폐를 산 논리는 이랬다. 공부를 잘하려면 공부를 잘하는 친구에게 찾아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돈을 벌려면 돈을 잘 벌고 있는 부자에게 돈 버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내 주위에서 가장 부자는 부자아빠, 장인어른이셨다. 부자아빠는 나에게 '가상화폐를 좀 사 보지?' 정도의 가벼운 제안이 아니라 '있는 돈을 모두 끌어 모아서 가상화폐를 사'라는 일말의 망설임 없는 강력한 권고를 하셨다.


상승장에서는 부자아빠의 말을 듣고 즉시 가상화폐를 매수한 나의 실행력을 스스로 매우 대견해했다. 캬. 너는 부자가 될 팔자였어. 하락장에서는 나에게 가상화폐 매수를 적극 추천한 부자아빠의 투자 능력에 대한 의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의 부자아빠보다 훠어어어얼씬 부자인 워런버핏도 비트코인에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데. 이거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나. 부자아빠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부자아빠의 투자금은 나보다 훨씬 크기에 하락장에서의 손실도 자릿수가 다르게 컸다.


하루는 엄청난 대하락이 있었던 날이다. 부자아빠와 내가 별장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 정원이 꽤나 넓고 멋진 단독주택을 지나가던 때였다. 부자아빠가 아무렇지도 않게 툭 말씀하셨다.


"어제 간밤 사이에 저 별장이 날아갔네."  


'뭐, 뭐라고요?'


그 별장은 15억에 매물로 나온 단독주택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가상화폐 계좌에서 15억이 사라졌다는 말이다. 어쩜 저리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실 수가 있지? 15만 원이 아니라 15억이라고요!


"훈이야, 나는 오늘 새벽에 가상화폐를 더 매수했어."


'네네네에?'


"배고픈 독수리가 먹잇감을 발톱으로 움켜쥐었을 때를 상상해 봐."


"잡힌 동물은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거고 독수리는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꽈악 붙잡겠지."


"투자에 있어서 내 마음가짐이 그래."


"이럴 때일수록 발톱이 더 날카로워지지."



15억은 부자아빠에게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부자아빠는 자신이 산 가상화폐가 결국 우상향 할 거라 99.999% 확신했기에 일시적인 하락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겼다.


2018년 초,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던 어지러운 롤러코스터가 막을 내리고 2018년 중반부터 지루한 하락장이 시작되었다. 2020년 가을까지 이어진 하락장 속에서 나는 코인을 더 많이 샀을까? 2018년에 결혼했고 여름에 아내와 미국 여행을 갔다. 다음 해 여름에는 유럽 여행을 갔다. 그 말은 즉슨, 돈을 많이 썼다는 거고 코인을 많이 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2020년에는 차를 샀다. 당시 내 직장은 광주에 있었고 아내의 직장은 청주에 있었다. 우리 신혼집은 대전에 위치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 재단은 꽤 커서 전국 주요 도시에 학교가 있다. 대전에도 학교가 있어서 전근이 가능했다. 2018년부터 전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2020년에는 진짜 가겠지 했는데 또 실패했다.


그동안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광주와 대전을 오갔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더는 이렇게 못 살겠다 싶어 어머니께 1,200만 원을 빌려 중고차 투싼을 샀다. 이후 돈을 갚아가느라 한 동안 또 돈이 없었다. 잠시 껄무새가 되어보면 그때 만약 불편함을 좀 더 참고 1,200만 원으로 당시 내가 사 모으던 이더리움을 샀다면 현재(2024년 3월 1일) 가치로 2억은 되어 있을 것이다. 나는 포르쉐 카이엔보다도 비싼 투싼을 타고 다니는... 그만하자.


하루는 광주에서 대전으로 올라오는 길에 휴게소 주유소에 들렀다. 주유하며 가상화폐 거래소 앱을 열었는데 정신없이 하락 중이다. 통장 잔고를 보니 50만 원가량 있었다. 월급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더리움이나 더 사자 해서 15만 원대 하던 이더리움을 3개 매수했다. 이후 이더리움은 590만 원까지 치솟았었고 현재는 480만 원이다. 미약하기 그지없던 투자금 45만 원은 현재 1,440만 원이 되어있다.


그리고 대망의 2021년. 드디어 대전으로 전근을 왔다. 202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코인은 2021년에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었다. 나의 코인 계좌도 새로운 고점에 도달했다. 그리고 여지없이 하락장이 왔다. 두 번째로 맞이한 하락장에서 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돈만 있으면 코인을 샀다. 공포가 만연했을 때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출도 받아 코인을 매수했다. 평단가를 낮게 유지하며 코인 갯수를 늘리는데 집중했다. 시간이 흐르니 이제는 대단히 많이 폭락했다 해도 수익권이다.  


나는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 트레이더가 아니었지만 부자아빠께서 일러주신 대로 착실하게 모은 꽃게 같은 돈으로 투자를 하고 진득하게 버티니 수익을 보았다. 만약 환희에 찼을 때, 무리해서 없는 돈을 끌어모아 코인을 매수했다면 하락장에서 버티기 힘들었을 테다. 멸치처럼 바짝 말라버렸을 것.


코인이 조금씩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거란 부자아빠의 확신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 ETF에 이어 최근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도 승인되었다. 무려 블랙록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을 다룬다.


최근 비트코인은 2021년의 전고점 8,270만 원을 넘어 9,000만 원까지 올랐다.(업비트 기준) 향후 1, 2년간 환희의 순간이 이어질지 금세 공포의 시간이 엄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는 좀 쓰라린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종결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이기에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내 실수를 통해 누군가는 좀 더 주의하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적어본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마치 은행처럼 코인을 맡기면 코인으로 이자를 주는 회사였다. 연간 10%에 육박하는 이자였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1개 맡기면 1년 뒤 이자로 0.1개의 비트코인을 받는 것이다. 나는 매매를 하지 않았기에 여기에 코인을 맡기면 이자를 받을 수 있으니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년 간 회사를 지켜봤다. 별문제 없이 잘 운영되었고 대표는 카이스트 출신이라 더 믿음이 갔다. 시험 삼아 몇 개의 이더리움을 보내봤다. 이자가 꼬박꼬박 잘 들어왔다. 그 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원금보장형 상품이 있었다.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율이 낮았다. 그 상품은 안전할 거라 생각하고 50개의 이더리움을 보냈다. 그리고 1년이 좀 안 됐을 때 문제가 터졌다. 무위험이라고 주장했던 그들의 자산 운용 방식은 위험 그 자체였다. 원금보장은 무슨. 운영진들은 구속된 상태고 피해자들은 로펌을 통해 소송 중이다. 내가 맡긴 50개의 이더리움은 오늘 가치로 2억 4,000만 원이다. 투자원금은 3,000만 원가량. 그냥 놔두었다면 8배로 불린 투자였다.


어디에나 그렇지만 가상자산 업계에는 특히 사기꾼들이 득실댄다. 조심하길 바란다. 고수익, 원금보장 같은 달콤한 유혹에 속지 말길. 고수익과 원금보장이 같이 나열된 걸 보면 그냥 거르면 된다. 나는 정말 바보였다. 만약 내가 가진 모든 가상자산을 맡겼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느 날 부자아빠께서 말씀하신다.


"낚싯대를 하나만 내리고 있으면 안 돼. 여러 개의 낚싯대를 내리고 있어야 대어를 잡을 확률도 높아지지."


이제는 주식투자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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