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가 있다. 플라톤이 인간이란 "털이 없고 두 발로 걷는 짐승"이라고 말하자, 디오게네스가 닭을 잡아다 털을 다 뽑고는 "그럼 이것도 인간이냐"고 비꼬았다는. 그러자 플라톤은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손발톱이 넓으며."
물론 인간에 대한 이 새로운 정의도 얼마 가지 않아 반론에 부딪혔을 것이고, 그 덕분에 조금씩은 더 세련되게 다듬어져 왔을 것이다. 사전은 그렇게 나날이 두께를 더해왔을 터고.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건 플라톤이 중얼거렸다는 점이다. 왜 자신 있게 외치지 않았을까? 아무리 다듬어도 결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느꼈던 걸까? 모를 일이다. 다만 분명한 건 우리가 그 정의를 따져가면서 인간을 알아가진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을 이해하는 건 (혹은 적어도 인간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인간과 말을 섞기 때문이고, 인간과 눈을 맞추기 때문이고, 인간과 살냄새를 나누기 때문이다.
시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전은 늘 우리에게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또 무엇이라고 말해준다. 그래서 사전은 명사는 반드시 명사형으로만 정의한다. 그러나 인간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이에게 인간이 무어라고 말해주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이란 인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