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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May 30. 2021

P2P 투자,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

P2P 투자 플랫폼의 등장


일단 P2P 투자가 뭔지부터 알아보자

당장 돈이 필요한 이가 있고, 당장은 그렇지 않은 이가 있다. 전자는 비용을 치르더라도 필요한 돈을 융통하고자 할 것이고, 후자는 그 돈을 빌려줄 여력이 된다. 이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금융 시장이 형성된다.
그런데 어디서 만나나? 보통은 은행으로 간다. 거기 가면 돈이 있으니까.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은행 말고는 돈 있는 데를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말 그대로 은행으로만 가는 건 아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 증권, 카드, 캐피탈 등 돈 나오는 구석은 많으니까. 은행이든 아니든, 돈이 필요한 이는 통상 돈 빌려주는 기관(=여신 기관)으로 간다. 

  

그런데 기관을 운영한다는 건 돈이 여간 많이 드는 일이 아니다. 지점도 여럿 운영해야 하고, 직원도 많이 뽑아야 하니까. 그 비용은 당연히 고객에게 어느 정도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런데 기관을 빼고 나면 딱히 돈 나올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부모님에겐 손 벌리기가 좀 그렇고, 친구는 제 코가 석자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한 장 없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외상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명 당장은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긴 할 텐데, 어떻게 만나지?


그 만남을 주선해주겠다고 나선 게 P2P 투자 플랫폼이다. 은행과 달리 직접 돈을 빌려주진 않는다. (그리고 법적으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온투법 시행으로 제한적인 자기 자본 투자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투자자와 대출자가 서로 돈을 빌려주고 빌릴 수 있도록 중개를 해줄 뿐이다. 물론 대부분 업체는 그 과정에서 수수료를 부과한다.

중앙 서버에 파일을 업로드해두는 게 아니라 사용자끼리 직접 파일을 주고받도록 하는 P2P 파일 공유 플랫폼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다만 지점이 없고, 직원 수가 적어 비용이 훨씬 적게 발생한다. 그렇게 개선된 손익 구조는 투자자와 대출자, 그리고 P2P 플랫폼 자신들에게도 이로울 것이라는 게 이들 플랫폼이 그리는 장밋빛 전망이다. 그리고 이 중개란 1:1이 될 필요는 없어서 1억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만 명이 1만 원씩 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은행 예금과 비슷하다. (저축도 투자의 한 유형이라고 본다면.) 


어떤 P2P 투자 플랫폼이 있는지 알아보자 

돈이 당장 필요해서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돈을 구하고 싶은 사람과 당장은 필요 없어서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창출하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게 P2P 투자 플랫폼의 본질이다.

물론 플랫폼마다 집중하는 분야는 조금씩 다르다. 부동산을 담보로 잡아 일으키는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투게더펀딩테라펀딩, 반면 신용 대출만 취급하는 렌딧, 그리고 처음에는 신용 대출에 집중하더니 안 되겠다 싶어서 나중엔 부동산까지 건드려보는 8퍼센트, 그 외에도 동산이나 매출 채권 등을 담보로 잡는 상품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피플펀드어니스트펀드 등. 

최소한 사기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P2P 투자 플랫폼 (물론 내 생각이다)

카카오페이와 토스, 핀크를 통해서도 P2P 투자를 할 수 있다. 얘들이 직접 대출 상품을 운용하는 건 아니고 그냥 "소개"해주는 것. (일부러 "소개"라고 썼다.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하는 짓이 광고인지 중개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그래서, 들어가도 됨?

아주 매력적이진 않다. 다만, 분별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으로 운용할 가치 정도는 있다고 본다. 

환금성, 변동성, 수익성 - 이렇게 3가지 측면으로 살펴본다. 실전 투자 후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총 2.5억을 태웠다. 아래 투자 이력을 참고하기 바람. 당연히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으니 모든 투자자가 같은 성과를 거두진 않았을 것이다.

(2021년 5월 13일 기준) 위 6개 업체 총 누적 투자 금액은 253,675,220원이다. 현재 운용중인 금액이 아님에 유의.


1. 빠른 현금화가 가능한가

급하다고 쉽게 되찾을 수 없다. P2P 투자 구조상 투자금을 즉시 회수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억 원을 빌려간 사람한테 "미안하지만 그중 내가 빌려준 100만 원 부분만 돌려줄 수 있겠냐"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P2P 플랫폼이 투자자에게 지급할 현금을 준비해두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투자금을 받지도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낮은 환금성을 보완하기 위해 투게더펀딩과 렌딧 등 일부 플랫폼은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원리금수취권(=대출자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받을 권리)을 투자자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두었다. 그런데 이 판매수수료가 잔여 원금의 3% 수준이다. 양아치가 따로 없다.

개꿀팁: 신규 등록되는 상품보다 다른 투자자가 판매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만기도 짧고,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경우에는 만기에 가까워질수록 이자 금액이 낮아져 절세 효과가 커진다. 원리금수취권을 액면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내놓는 경우도 물론 많다.


2. 안정적인가

변동성 측면에서는 안정적이다. 대체로 만기가 1년 내외로 짧고, 약정 금리에 따른 이자를 수취하는 방식으로 수익이 발생하므로 원리금수취권의 가치가 크게 움직이진 않는다고 봐야 할 듯. 애당초 원리금수취권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시장 가격이 잘 형성되지도 않는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거래가 가능하지만 수수료가 미쳐서 원리금수취권이 정상적인 시장 가격을 부여받기 어렵다고 본다. 짜장면 그릇 하나 씻는데 5천 원이 들면 어떻게 되겠나? 짜장면이 비싸질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냥 시장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3. 돈이 되는가

결국 중요한 건 수익성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수익성을 갉아먹는 3 대장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채권 부도와 세금, 수수료다.

부도가 나지 않는다면(!) 최종 세후 수익률은 액면 세전 수익률의 55~65% 수준이다. 수익률을 아주 보수적으로 기대해야 한다.


채권 부도

대출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돈을 제때 혹은 아예 못 갚게 되는 (혹은 안 갚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아래 연체율을 참고하자. 연체율은 잔여 미상환 원금 중 30일 이상 연체 중인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개노답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면 그냥 주사위 던져서 대출 승인을 해주는 게 아닌지? 이런 이유로 P2P 투자는 추천하기가 좀 조심스럽다.

그래도 투자할 때 참고하면 좋은 시사점은 있다. 첫째, 부동산 담보 상품의 경우 연체율이 낮다는 것이다. 역시 집을 걸어야 돈을 잘 갚는다. 이 부동산 담보 대출이란 미래에 지어질 건물을 담보로 잡는 PF가 아니라 이미 지어진 건물을 담보로 잡는 거다. 물론 대개는 아파트다. 심지어 전체 연체율이 50%를 넘어서는 테라펀딩도 부동산 담보 상품 연체율은 1%가 되지 않는다(!) 체감상 투게더펀딩도 상가 등을 제외한 아파트 담보 상품 연체율은 잘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


둘째, 개인 신용 대출에는 투자하지 않는 게 좋겠다. 무담보 신용 대출 상품에 집중하는 8퍼센트와 렌딧이 자주 풀어대는 썰이 있다. 대략 이런 식이다.

부동산 가격은 다 같이 움직인다. 가령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들어서서 마포구 아파트 가격이 박살날 땐 높은 확률로 성동구 아파트 가격도 박살날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담보 상품엔 아무리 분산 투자를 하더라도 분산 투자 효과를 실질적으로 거두기가 어렵다. 채권이 한꺼번에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연체율이 급등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용 채권은 다르다. 불경기가 찾아와도 직장인들이 일시에 잘리지는 않는다. 월급쟁이는 계속해서 월급을 받을 것이고, 대출도 꾸준히 갚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엔 분산 투자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여러 상품 중 일부 부도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일견 타당한 얘기다. 하지만 이건 대출 심사를 똑바로 할 때나 통한다. 우량 대출자를 골라낼 능력이 없으면 전체적으로 볼 때 안정적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연체율 6% 내외가 실화란 말인가? 액면 금리가 10% 수준이다. 세금과 수수료까지 고려하면 P2P 플랫폼을 통해 개인 신용 대출에 투자하는 건 기부보다 못하다. 차라리 좋은 곳에 기부하고 세액 공제 혜택이나 받도록 하자.


세금

이자 수익에 세금이 무려 27.5%가 붙는다. 단, 온투법이 시행되어 2021년 8월 27일까지 정식 업체로 등록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15.4% 세율이 부과될 예정이다. (어차피 이때까지 정식 등록을 못하면 아예 영업을 못한다. 따라서 8월 말부터 P2P 투자에 대한 세율이 15.4%로 내려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참고로 정식 업체로 등록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는 이렇다. (2021년 4-5월 경에 신청서를 제출한 6개 업체 중 투게더펀딩과 펀다가 아닌 다른 4개 업체가 어디인지는 기사를 통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

등록 심사가 아파트 재개발처럼 계속해서 미뤄지는 중이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5월 26일에 결정될 것 같기도(!) 했지만… 그런 거 없었다.

참고로 10원 미만 세금은 절사된다. 가령 수익금에 세율을 곱한 값이 19원이라면 그냥 10원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금액이라도 여러 상품에 잘게 쪼개어 투자하면 실질적인 세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거의 절반 가까이 내려가는 것도 가능한 듯.


수수료

P2P 투자 플랫폼도 먹고살아야 되니까 수수료를 부과한다. 업체마다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은 상이하다. 전반적으로 수수료율은 수익금의 10%대 초반 수준이다. 


들어갈 거라면?

P2P 투자를 한다면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1. 일단 8월 말까지 기다렸다 한다.

 - 온투법 시행에 따른 정식 P2P 투자 플랫폼 업체 등록 마감이 8월 27일이다. 금융 당국이 인정한 업체를 통해 투자하자.

 - 정식으로 등록된 플랫폼을 통해 투자하면 세율 15.4%가 적용된다. 현행 27.5%에 비하면 아주 큰 차이다.


2. 아파트 담보 상품 위주로 투자한다.

 - 상품군별 연체율과 손실률을 따져보면 아파트 담보 상품이 다른 상품군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니 업체별 공시 자료를 통해 연체율 데이터를 확인하도록 하자.


3. 소액으로 분산하여 투자한다.

 - 분산 투자는 당연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해야 한다. 10원 미만 세금 절사 혜택을 고려하면 분산 투자 효과는 더욱 크다.

 - 투자 한도가 있어서 어차피 큰돈 넣지도 못한다. 각 상품마다 최소 투자 가능 금액씩만 투자해도 한도는 금방 채울 수 있다. (다만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동 투자 기능이 대부분 사라져서 분산 투자가 엄청 귀찮아지긴 했다.)


4. 가능하다면 다른 투자자가 판매하는 원리금수취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기도 비교적 짧아 환금성도 높다.

 - 상환 방식이 원리금균등상환인 경우 수취 이자가 갈수록 낮아진다. 이는 세율이 갈수록 낮아짐을 의미한다. 절세에도 도움이 된다.

 - 이미 일정 기간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만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다. 그래서 대출 기간 초기에 부도가 발생하는 경우는 이미 걸러졌다고 봐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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