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주아 Aug 13. 2018

너의 다음은




망원동의 조그만 바에서 조그만 테이블 위로 조그만 이야기들을 나누었던 그 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물음에 너는 수줍게 대답했지.


“엄마가 될 거예요.”


이 삶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도 헤매는 나같은 사람은 삶이란 아름다운 거란다, 라는 말을 거짓으로도 진실로도 해 줄 수가 없어서 아이를 낳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는데 너는 그걸 그냥 몸으로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무얼 믿고 있는 지도 모르는 너의 말없는 미소가 그 밤 무척이나 은은하게 반짝였어.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는 건 0살부터 다시 살아보는 일, 인생을 두 번 사는 일 같다고 말했을 때, 너는 그 말을 마음에 들어 했지.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 살, 두 살, 세 살…, 신은 인간의 가장 순수하고 천진한 아름다움의 시절을 스스로는 기억하지 못하게 했다가 부모가 되면 그제야 돌려주나봐. 


자신을 닮은 아기의 순결한 들숨과 날숨, 스르르 닫히는 눈꺼풀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이 벅찬 기쁨일 거야. 멀지 않은 날에 엄마가 된 너와 함께 그 예쁜 잠을 지켜볼 순간을 나는 봄처럼 기다리고 있을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