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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is lim Jan 10. 2020

이직하고 싶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 01. 우리는 왜 이직을 고민만 할까?


요즘 직장 생활을 하는 지인들의 연락이 늘었다. 
연초라서 그런가?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사업은 잘 되냐? 우리 저녁 한번 해야지? 시간은 언제가 좋아?"(직장인 A)
"오래간만이네, 잘 지내? 근데 무슨 일 있어?", "혹시 인사이동이 있니?"(나)
". . . . . . "(직장인 A)
"그래 날을 잡자, 조만간 편하게 보자!"(나)


사실 연말 연초가 되면, 직장인의 마음은 싱숭생숭하다. 어떤 이는 연말 보너스 덕분에 기분이 좋아서 싱숭생숭하고, 어떤 이는 작년 실적이 나빠서 속상한 마음에 싱숭생숭하며, 또 다른 이는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싱숭생숭하다.


그러다 문득 이직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직장인, 생각해보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5년 말부터 퇴직 면담을 수차례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부장님께 솔직히(?) 퇴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 생활 12년, 특별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회사에서는 나름 Inner circle에 속할 정도로 열심히였다. 그룹 파견도 다녀왔고, 회사에서 대학원도 보내줬고,  인사고과도 좋았다.


그런 나는 왜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답답했다."
"더 배우고 싶었다. 업무지식도, 세상 속 지혜도..."
"도전하고 싶었다."
". . . . . . "
"나중에 내 일을 하려면 더 많은 경험과 정보가 필요했다."


나는 첫 직장에서 만 12년을 다녔다. 이직에 대한 생각은 거의 매년 했던 것 같다. 다만, 하루하루 일상이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퇴직과 이직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본 출장, 미국 출장, 일본 출장, 또 미국 출장 등 글로벌 기업 HR벤치마킹을 다녀오면서 직장은 선택의 문제일 뿐 직업 선택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밖에 눈을 뜬 순간이 있었다. 즉 내가 하는 일을 내가 선택할 수 없었다면 내가 이 일을 정말 잘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다. 과연 난 HR전문가라고 불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동시에 했던 것 같다. 그 답을 찾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내가 도전해야 할 목록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나 역시 어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았다. 첫 직장에서 만 12년을 근무하면서 맘 한구석으로는 '월급 루팡'의 현실적 만족감과 편안함에 조금씩 젖고 있었다. 물론 직장인의 공허함도 알고 있었다. 앞만 보고 일했 자신의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고 싶었다. 사내 정치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할 정도로 뼈 속까지 직장 꼰대(?)가 되고 있었다. 또한 자기 계발과 배움, 도전에 목말라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스타트업으로 먼저 이직했던, 친한 형의 전화였다. 삼성전자에서 쿠팡으로 이직했던 그 형의 전화는 울림이 있었다.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혔다.


"너무 재미있다. 해보고 싶은 일은 맘만 먹으면 할 수 있어. 보고서는 안 써도 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도 매력이야..."

  

두근두근했다. 면접 날짜도 잡았다. 일사천리다... 너무 작스럽지만, 진행이 빨라서 이게 내 갈 길인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첫 이직은 단순히 현재 직장의 탈출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 후회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후회가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결정했던 첫 이직, 며칠 다니다보니 여기저기 단점이 눈에 띄게 된다. 직장에서 오아시스나 별천지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결국 이직은 철저하게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그땐 미처 몰랐다. 그 얘기는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작된 프로 이직러의 삶, 과연 행복할까?

삼성화재 108개월
삼성경제연구소 36개월
쿠팡 4개월
우아한형제들 3개월
봄푸드서비스 4개월
넷마블게임즈 2개월
옐로모바일 13개월


이런 커리어 중간중간에 스타트업, 대기업, 스타트업, 대기업 등 10여 곳에서는 불합격의 쓴맛을 봤다. 서류에서 탈락한 곳만도 20여 곳이 넘었던 것 같다. 물론 사람인에서 클릭으로 지원한 곳이라 헤드헌터의 모집공고가 많았다. 그래도 카카오 합격, 대기업 C사 합격, 중견기업 T사는 합격했지만, 결국에는 개인 사정상 Drop 했다.


잦은 이직은 인생을 불행하게 한다?

음 . . .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


모든 것은 맘먹기 나름이다. 하지만 잦은 이직을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정말 싫어한다. 헤드헌터 조차도 외면할 정도다. 적어도 한국에서 좋은 기업으로 포지셔닝한 기업에서는 싫어한다. 이것이 팩트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직장 선택의 자유는 개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는 분명 개인에게 달려 있다.  



# 02. 고민의 끝자락에서 스스로의 실력을 직시하자


이직 시장에서 연이은 탈락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된다. 무척 힘들어서 상심하게 되고, 자신감은 더욱 떨어져 면접을 잘 보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그래서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직장 선택의 바닥을 체험하게 된다. 대기업에서 12년 동안 자신만만했던 기억 때문에 더 큰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좋은 직장에서의 추억은 독만 될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하는 이유는 이런 기분을 실시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후회만 하고, 짜증만 늘어나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음을 진정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슬픔의 눈물마저 흘리게 된다. 역시 인생은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 그걸 꼭 체험할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결국 직장생활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은 직장에 재취업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내가 좋은 기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누렸던 많은 혜택들은 사라지고 나서야 내 힘과 실력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느끼고 닫는 순간에는 훨씬 더 처절하다. 이때 스스로의 실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게 된다.


"여러분은 자신의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 03. 커리어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알다.


지금 생각해보면, 2016년 첫 이직을 결정한 주체는 나 자신이다. 그 책임과 선택은 분명 나에게 있다. 그래서 후회는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당시 좋은 선택, 아니 최선의 혹은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누군가에게 물어볼 곳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얼마 전, 한 여성(?)이 찾아왔다. 내 브런치의 다른 글을 읽었고, 자신은 인사담당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고민을 상담받고 싶어 했다. 직장과 직무, 일터 선택에 대한 종합적인 고민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무실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줬고, 건물 1층 카페에서 만났다. 열정 있고 똘똘한 친구(?)였다. 스스로가 원하는 선택임에도 다시 한번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로 신중했고, 당차 보였다. 내가 조언을 했다기보다는 그 친구의 태도에 반해서 솔직한 내 생각을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알려주었다. 그 날 이후 꽤 시간이 흘렀고, 다음과 같은 문자가 도착했다.

@ S양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어쩌면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기록하고 싶었고, 세상에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길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인생선배가 모 별건가? 내가 걸어온 길에서 느낀 희로애락을 전달하고, 간접 경험의 기회를 얻기를 희망하시는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 주시길...


도전이라는 문 앞에서 망설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과감한 도전은 반복된 경험의 익숙함에서 생기는 결과물일 뿐이다. 하지만 첫 도전은 신중해야 한다. 이를 잊지 마시길...  


잦은 이직으로 단련된 분들은 스스로 도전하시되, 첫 이직을 고민하는 분들은 진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사람(친구, 선배, 동료 등)을 찾아가 상담받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런 과정 자체가 분명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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