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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inseoul Mar 21. 2023

나폴리타나

녹진한 초콜릿을 좋아하세요?

스페인에 살 때 내 즐거움은 '아침밥'이었다.

특이하게 유럽 치고는 쌀을 많이 먹는 나라였지만,

아침은 모두 달콤한 빵으로 시작했다.


내가 유독 아침을 기다린 것은

Napolitana(나폴리타나)라는 빵 때문이었다.

나폴리타나?

언뜻 보면 스파게티를 떠올릴 수 있겠지만,

이 빵은 녹진한 초콜릿빵이다.


패스츄리 안에는 초콜릿이 통으로 그 자태를 뽐낸다.

그 위로는 코팅된 설탕물이 윤기를 더하고,

초콜릿 가루를 솔솔 뿌려 쇼케이스에 내어진다.

칼로리를 생각하면 못 먹을 빵이었는데,

교환학생 중이라 괜찮았다.

'여행자인데 뭐 어때?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가야지'

살면서 초콜릿을 가장 많이 먹은 시기였다.


나폴리타나는 사실 간식으로 많이 먹는 빵이다.

초콜릿이 가득해서인지 아침으로는 조금 부담스럽다.

아침부터 거하게 삼겹살을 구워

흰쌀밥에 푹 올려 먹는 느낌이랄까.


이 빵은 스페인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대형마트에서는 보통 3개 2.5유로(3.5천 원)의 가격에 한 상자로 넣어 판매했다.

물론 집에 사다 두고 먹을 수도 있지만,

나는 카페에서 아침으로 먹기를 좋아했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아침 일찍 학교 카페테리아로 가기.

그리고 따듯한 카푸치노 한잔에

나폴리타나를 주문해 아침으로 먹었다.

이걸 먹으려고 전날 미리 동전도 챙겨놨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마음만큼은 따듯하게 해 주던 그때의 향수다.


봄을 앞두고, 문득 그때의 겨울 아침밥을 생각한다.

스페인 톨레도의 대학에서 먹던 나의 소중한 아침밥.

인생의 헛헛함도 에둘러 괜찮다 위로해주던

나의 나폴리타나.


겨울이 끝나갈 때즈음,

그때 먹던 이 녹진한 초콜릿 빵을 떠올린다.

나는 별로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6년이나 흘렀다니.

뭐 하고 사는 동안 시간이 흐른 걸까?

빵의 맛은 변하지 않았을 텐데,

무성하게 나이만 먹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꼭 나폴리타나를 다시 먹을 것이다.

나는 그때도 맛있다 하겠지.


나폴리타나의 참맛을 아는 사람은
행복을 아는 사람이야!
세월이 흘렀어도
너는 그때도, 지금도 빛나잖아!


어디에선가 빵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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