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중3이 되는 학생과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성악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다른 꿈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학생에게 물어보니 하고 싶은 게 엄청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듣기 힘든 대답이기에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이내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연유를 물으니 아이가 한참을 머뭇거렸다. 적절한 표현을 찾는 듯했던 아이는 내가 기다려주자 용기가 생겼는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꿈은 정말 많은데...... 그게 다 너무... 힘든 길이에요..."
처음에는 노력도 하지 않고 꿈을 이루려는 철없는 생각에서 나온 말은 아닐까 싶어 잔소리를 하려던 순간 쿵... 선뜻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우리 나이쯤 되면 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모든 일이 다 힘들다는 것을. 그렇지만 중학생 아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바로 우리 어른들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꿈 좋지. 근데 어떻게 먹고 살 건데?", "그런 건 아무나 하는 줄 아니? 너처럼 해서는 어림도 없어." 실제로 앞서가는 이들이 뒤따라 오는 이들에게 많이 하는 말이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로 주변의 여러 사례들을 들려주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서 힘들지만 얼마나 열심히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들이 어떻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는지에 대해 더 자주 말해주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 게 결국 아이들로 하여금 꿈꾸기 전부터 눈앞의 현실에 기죽게 만들진 않았을까 생각하니 미안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힘든 길을 걷기보다는 조금 더 수월한 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 마음이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스스로 꿈꿀 자유와 자신의 길을 찾을 경험과 기회를 빼앗는다면 그 마음은 사랑을 가장한 이기심이 된다.
사랑하는 이들의 삶은 온전히 그들의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닌 그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모든 과정을 겪어냄으로써 세상을 살아갈 지혜와 힘을 얻게 된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나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힘과 지혜를 말이다.
넘어질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분명 그런 과정을 통해 배우며 성장한다.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소중한 이들이 꿈을 말할 때 현실에 대한 이야기보다 꿈 자체에 대한 격려와 응원을 더 많이 해주자.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지만 그래도 스스로 이 길을 왜 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잘 이겨낼 수 있다고. 그런 삶을 살아갈 네가 멋지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