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눈물을 흘리지 않기에 주위에서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운 적이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을 정도니 말을 다 했다. 그런 나에게도 대성통곡을 하며 울어본 기억이 있다.
전학을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던 것 같으므로 열두 살 즈음이었던 것 같다. 전업 주부셨던 엄마가 이사를 온 후부터 일을 다니기 시작했고 나를 챙기는 방법도 모르던 어린 나이에 동생 2명을 돌봐야 하는 거대한 숙제가 주어졌다. 나에게는 2살 터울의 여동생과 나이 차이가 다소 나는 6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유난히 유치원을 가기 싫어하던 동생을 등원시키기 위해 아침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봄이 지나 무더운 여름이 찾아올 때까지도 그 악몽의 시간은 반복이 되었다. 하교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냉장고에 붙어있는 엄마의 쪽지대로 냉장고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과일 통을 꺼내 들었다. 그 시절 비싸고 귀했던 머스크 멜론을 손질해놨으니 간식으로 먹으라는 엄마의 애정이었다. 손길이 닿은 멜론을 먹다 보니 엄마 생각이 더 났던 걸까 포크를 내려놓고 수화기를 들었다. 집에 왔냐는 엄마의 첫마디를 듣자마자 나는 울음을 터뜨렸고 일 안 다니면 안 되냐고 더 크게 울면서 말을 했고 다음날부터 엄마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흔히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어른의 미덕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가끔은 무모하게 펑펑 울어도 보고 크게 소리 내어 웃어도 봐야 하지 않을까? 열두 살의 나는 울면서 스스로를 달랬다면 스물여덟 살의 나는 울진 않으나 잠 못 드는 밤이 많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