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명을 믿는다.
어릴 때의 나는 운명을 믿지 않았지만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쯤부터 운명에 대해 믿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의 개입 없이 혼자 생각된 사고의 끝에서 나온 결론이었다.
어릴 때는 운명을 믿지 않았다.
사주팔자나 점을 지금도 믿는 편은 아니지만 그때의 나는 여타 사람들이 그렇듯 운명은 정해진 것이 없으며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어떤 날은 인터넷상으로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자카 넷)에서 다른 작가분들과 채팅상에서 대화하다가 운명에 대하여 토론을 벌인적도 있었다.
그때 토론했던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운명은 없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었고 그 사람은 운명의 존재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였었다.
그분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를 내가 제대로 듣지 않았던 것 같아서 기억이 안 나는 게 참 안타깝다.
그때 내가 운명에 대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근거는 참으로 간단한 것이었다.
미래는 현재에서 나온다는 간단한 이유였다.
나는 지금 핸드폰으로 전화를 할 수도 공부를 할 수도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고 그 선택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나는 운명이 존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는 운명이라는 것은 독특하다.
운명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정해져 있다. 바꿔 말하면 미래가 정해져 있다.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말이 있다. 수레바퀴처럼 운명은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니며 누군가가 조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흘러가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가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하듯이 운명 또한 그러하다. 나는 우리는 단지 운명의 수레바퀴라는 거대한 바퀴를 돌리는 작은 요소일 뿐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은 이미 거대한 수레바퀴 안에서 정해진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고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까 내가 미래에 성공할 운명이라면 지금 놀든 공부하든 일을 하든 운명대로 될 거야"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운명이 보잘것없는 것임을 밝히는 것과 다름없다.
내 운명의 끝이 무엇일지 알 수는 없지만 허무하게 끝내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염원으로 노력하여 훗날 내게 돌아올 좋은 운명을 기다리어야 한다.
노력한 것보다 돌아오는 대가가 보잘것없다면 한마디 하자.
"가혹한 운명의 수레바퀴야.."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 보다.."라고....
- 2007.08.21 22: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