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3일 차
오늘로 생치에 들어온 지 3일이 됐다.
어젠 아침에 샐러드와 샌드위치가 나왔는데, 오늘은 들깨죽과 샐러드가 나왔다.
에콰도르에서는 집이 항상 추워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샐러드를 거의 먹지 않았었다. 우선은 밖에 잘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어서 몸이 추우니까 항상 따뜻한 음식을 찾게 되었고 그래서 가끔 샐러드 재료를 사다 두고 썩히기 일수였다. 그와 반대로 한국은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자꾸 찬 음식이 먼저 생각나는 것 같다.
샐러드 용기 윗면에 내가 평소 팔로우하는 유튜버의 사진과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동영상의 QR코드가 있었다. 나도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 다이어트 생각이 나는 걸 보니 아직 덜 힘들구나.
샤워실과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는데 전에 쓰던 사람이 남기고 간 머리카락을 제외하면 아주 깔끔하고 깨끗했다. 변기에는 비데도 설치되어 있다. 물 수압도 좋고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온다. 제3 국에 적응하며 살다 와서 인지 이 모든 것이 감사하고 좋게만 느껴졌다. 에콰도르에서는 전기온수기가 부착된 샤워 헤드를 사용하는 집이 많은데 물을 조금만 세게 틀면 찬물이 나오기 일수여서 따뜻한 물을 졸졸 틀어놓고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샤워시간도 오래 걸리고 나도 모르게 대충 샤워를 때우고(?)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콸콸 흐르는 온수를 맞으며 물 낭비를 펑펑하며 샤워를 하니 왠지 모를 죄책감까지 느껴졌다.
전에 한국에서 몇 년간 영어를 가르쳤던 외국 친구가 해준 얘기가 생각난다.
한국인들은 모든 것이 너무 풍족해서 불평이 많고 참을성이 없다고. 불현듯 어제 엄마와의 대화가 오버랩된다. 가진 게 많을수록 인내심이 줄어든다고. 나도 점점 참을성이 줄고 불평이 늘어나려나. 안 그래도 참을성이 많은 편은 아닌데...
아침과 저녁에 담당 간호사 선생님들이 카톡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해서 올리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신다. 아마도 오전, 오후, 주말 선생님들이 다른 것 같은데 지금까지 선생님들은 하나 같이 너무 친절하셨다. 주말 담당이신 선생님은 남자분이셨는데 딱 한번 전화통화를 했는데 웬일 목소리가 너무 멋지다. 유부녀 입장에서 이런 거 좋아하면 안 되는데 그래도 남자 간호사 선생님은 왠지 모르게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상상은 아마 격리로 정신이 이상해져 가는 징조가 아닐까. 심지어 두 번째 받은 기침약 봉지에 매 식사 이후 복용하라는 글과 함께 하트를 하나 그려주셨다. 이런. 따뜻하기까지...
사실 시댁 식구들 중에 간호사가 유독 많아서 나는 간호사란 직업을 참 좋아한다. 물론 시댁 식구들과 사이가 좋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시어머니가 주기적으로 비타민 주사를 놔주셨는데 그 손길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눈물이 많은 시어머니는 내 앞에서 유독 자주 눈물을 보이셨는데 가끔은 참 순수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각설하고, 그래서 나는 섹시(?)한 간호사 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며 *약을 빨고(?) 있다.
오늘따라 약이 참 달다.
*현탁액으로 빨아먹는 형태의 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