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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헌 Aug 18. 2016

35km 지점 잠실대교

③ 2015.03.15 동아마라톤 후기

'잠실대교를 지나는 35km 지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회(2015년 3월 15일) 하루 전날 페북에 남긴 글이다. 첫 완주에 이은 두 번째 도전. 팀까지 꾸려 뛰었겠다 괜스레 설렜다. 


하지만 간밤의 꿈은 망상에 그쳤다.


나를 맞이한 건 청량한 강 바람이 아닌 부상이었다. 결승선을 약 7km를 앞두고 그만 발목을 접질렀다. 정확히 잠실대교가 보이는 35km 지점. 다른 참가자들이 간식대에서 허겁지겁 바나나며 건포도를 집어먹고 있는 사이 난 35km 이정표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왜 앰슐런스가 없지' '이래서 완주하겠어' '택시비 몇 천원이라도 챙길 걸' 별별 생각이 들었다. 구급차를 애타게 찾았지만 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난 정오의 땡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한강을 건넜다. 석촌호수까지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면서, 참 지난했다.


다리에서만 500여명이 날 지나갔다. 웬 중국인 커플은 광둥어(아마도) 기합을 외치며 뛰었고, 손녀와 할아버지로 보이는 일행도 보였다. 어르신은 칠순은도 넘으신 것 같은데 하체가 다부졌다. 그렇게 수백명의 등을 보며 약 2km를 걸으며 뛰었다.


부상자도 속속 보였다. 종아리에 쥐가 났는지 휴대용 침을 찌르고, 갓길에 대자로 누워있거나, 한강을 내려다보며 오도카니 서있는 분들도 있었다. 이쯤 되면 '이렇게 까지 뛰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 생고생해서 뭘 얻나 라며 꾸짖는 친구들도 부지기수. 지금도 붕대를 칭칭 감은 발목을 보면 당분간 쉬고 싶지만, 어느새 뛰고 있을 것 같다.


왜 다쳤을까. 패착은 연습 부족. 너무 적게 뛰었고 함부로 덤볐다. 하루 트레드밀 30분이면 충분할 줄 알았다. 심지어 운동 후 야식도 꼬박꼬박 먹었다(대회 두달 전 만난 친구가 한 말이 "엉덩이가 왜 이렇게 커졌어 인마"였다). 도로를 뛴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 매번 느끼지만 뛴 만큼 뛸 수 있다. 부상도 결국 적게 뛴 탓이다.


어찌 됐든 동마에서도 피니시 라인을 밟았다(04:42:39). 감사.




run the city① 201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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