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의 하루
침대에서 눈을 뜨긴 했는데 몸이 무겁다.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며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데,
비 냄새가 난다. 진흙 냄새 비슷하게 코를 스치는 냄새.
자고 있을 때 누가 몇 대 때린 줄 알았는데, 비 오니까 몸이 뻐근한 거였구나.
그러다 갑자기 웃음이 난다. 아직 잠에 취해서 정신이 없는데, 몸도 뻐근뻐근한데
흐흐흐 하며 웃었다.
출근을
안 해도
되니까.
뭐 어디가 아프고, 누구한테 무슨 일이 생겼고, 어찌저찌 여차저차 이것저것 핑계 없이.
아, 비 오네. 그러면... 오늘 나 출근 안 할래.
다시 머리부터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꼼지락거린다. 좋다.
좋다. 좋은데, 좋아도 되나 싶다. 이래도 되나? 누가 뭐라 할 거 같고.
세상에, 출근을 안 하다니. 비 온다고...
한달 전만 해도 클래식은커녕 피곤에 쩔어서 늦은 시간에 지쳐 누우면 바로 잠들었다.
아침에는 최대 볼륨으로 맞춰놓은 요란하고 시끄럽고 짜증나는 알람소리에 억지로 일어났다.
요즘은 자기 전에 유튜브 뮤직에서 카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조용하게 틀어놓고 잠을 잔다. 쉽게 잠들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일어나서 하루를 은은한 음악과 함께하고 싶어서다.
잠은 충분히 잤지만, 이불 속에서 두 시간은 꼬물거린다.
그러다 배고프면 일어나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포트에 물을 올려서 커피를 한잔 가져온다.
보통 출근은 안 하더라도 일은 하는데 오늘은 일도 안 하기로 했다. 비 오니까.
페이스북도 안 보고, 인스타도 안 보고, 블로그도 안 보고, 원고도 안 보고, 카페도 안 보고.
작업 모드를 꺼놓았다. 컴퓨터 말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