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으로 섹스하기, 그런데 이미지 마케팅을 곁들인』
- 섹슈얼리티로 나를 설명하는 자전 소설집 『철학적으로 섹스하기, 그런데 이미지 마케팅을 곁들인』에 실릴 소설을 모집하고자 합니다. 저는 지정 성별 여성으로 태어난 옴니섹슈얼이며, 『철학적으로 섹스하기, 그런데 이미지 마케팅을 곁들인』의 메인 소설이 될 <철학적으로 섹스하기, 그런데 이미지 마케팅을 곁들인>을 쓸 작가 김나래입니다. 비건이며, 오로지 여성만이 행동하고 대사하는 소설을 씁니다.
- 저는 이 땅에 태어난 이후, 주기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했습니다. 미취학 아동일 때는 친척에게, 혹은 길 가다 운전하고 있던 남성에게, 또는 가족에게, 자라서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모르는 남성에게, 이따금 여성에게 말 혹은 물리적으로 공격당했고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성장하며 너무 많은 나쁜 사람을 만났고, 그들을 이해하려 심리 서적을 읽었어요. 심리를 공부하고 또 공부하다 결국에 다다른 게 사주팔자, 명리학이었습니다. 제 사주에는 흔히 연예인에게는 누구나 있다는 도화살이라는 살이 껴있고, 제 일주 자체가 도화로 태어난, 특히 나체 도화라고 하는 성적으로 다른 사람과 엮일 일이 많은 사주로 태어났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내가 그렇게 운이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 다만 저는 사람들을 웃기는 걸 그렇게 좋아합니다. 섹스 얘기하는 것도 즐거워합니다. 야한 농담도 잘합니다. 친한 사람들 앞에서요. 살다 보면 언젠가 내가 정해둔 선을 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 사람이 많았고, 그걸 농담으로 승화해보려고 해요. 가장 최근에 불쾌한 일을 겪었을 때는 그걸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다
“그래, 내가 이미지 마케팅을 잘못해서 나에게 성적으로 선 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이건 사람들이 무례한 것도 있지만 일단 마케팅 실패다.”
라는 결론에 다다랐거든요. 사실 마케팅 실패보다는 사주 실수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절 하루만 일찍 혹은 늦게 낳았더라면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하하).
- 소설 「주기율표」의 저자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생존했습니다. 운 좋게 살아남아 여러 책을 집필한 그는 "우리 생존자들은 진정한 증인이 아니다. 우리는 눈속임이나 요령 혹은 행운에 의해서 심연의 바닥까지 가지 않고 살아남은 자들이다. (진정한 증인은) 증언하기 위해서 돌아올 수 없다."라며 살아남은 자신의 인생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프리모 레비는 살아남은 것에 이유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렇다면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에게도 죽어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자신의 생존을 계속해서 되돌아보았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은 평생 그를 짓눌렀겠지요. 결국 이 모든 것은 우연일 뿐입니다. 제가 나쁜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도, 죽을 뻔한 위기에 자주 처했던 것도,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부모를 만난 것도 전부 우연입니다. 저는 아직 생존해있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경험을 농담으로, 남을 웃기는 이야기로 승화하며 투쟁하고 있어요.
- 다른 젠더와 섹슈얼리티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추가 이야기꾼을 모집하고자 합니다. 모집하고자 하는 소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되, 퀴어적 서사를 내포하여야 함
:차별적인 내용을 전개하지 않아야 함
(비인간동물, 장애인, 퀴어, 여성, 노인, 아이 등 소수자로 일컫는 모든 존재를 의미함)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서 특정인을 저격하는 내용을 담지 않아야 함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가해자가 등장할 경우, 소설을 읽었을 때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만한 내용이 등장하
면 안 됨)
:음식이 등장할 경우 전부 비건을 전제하여야 함
:내용은 원고지 100매 내외를 기준으로 하고, 120매를 넘어가면 안 됨
- 현재 저를 포함한 두 명의 작가가 단편소설을 준비 중입니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20만 원의 고료가 지급될 예정입니다. 선정한 소설은 브런치에서 일부 선공개를 하여 연재한 뒤 텀블벅을 통해 인쇄자금을 모아 출판하고자 합니다. (출간한 뒤 인쇄비와 내·외지 디자인 인건비를 제외한 작가 인세는 10%이며, 인세가 20만 원을 넘었을 때 추가 고료를 지급합니다. 모든 인세와 고료는 텀블벅이 마감된 후 지급할 예정입니다.)
- 이번 호는 2021년 겨울호로, 내년 2022년 여름호도 기획 중입니다. (주제는 조금 달라질 예정)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뒤 여름호에도 함께해주실 수 있는 분을 우선적으로 구하고 싶습니다. 선정하고자 하는 추가 작가는 두 명입니다. 소설은 2021년 10월 31일 자정까지 받겠습니다. 메일(rona2335@gmail.com)로 소설 1부와 소설집에 기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이름과 메일주소가 적힌 플롯(A4용지 1매)을 한글 파일로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