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 김희애의 테마 에세이 "눈 오는 날의 추억"
1986년 12월, FM 라디오 프로 <김희애의 테마에세이>에서 '눈 오는 날의 추억'이란 주제로 글을 공모했었다. 당시 대학 2학년이었던 나는, 재수가 끝날 무렵이었던 어느 눈 오는 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글을 써서 보냈었다. 오프닝 음악을 미리 녹음해 두고 며칠을 라디오 앞에 대기하며 녹음을 준비했지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갑자기 내 글이 흘러나오는 바람에 결국 시작 부분 녹음을 놓치고 말았다. 서랍장 안 묶은 테이프들 사이에서 운 좋게도 그때의 녹음테이프를 찾아냈다. 무려 37년 전의 녹음테이프이다. 우연이도 그 상대 당사자가 당시 이 방송을 들었고 친구들 있는데서 내게 미묘한 뉘앙스로 그 사실을 말했었다. 난 살짝 당황했지만 대충 웃음으로 얼버부리며 그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겼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 유치하고, 상대도 의식되고 해서 발행을 놓고 오랜 시간 망설였다. 그러나 어린 날 추억의 한 자락으로서, 자서전 같은 내 브런치에 이 글을 올리기로 맘먹었다. 녹음 파일도 같이 올리고 싶었지만 실행이 되지 않아 아쉽게 원고만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