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가 도시에서 읊어보는 슬픔 존재론
누구나 저마다의 슬픔이 존재한다. 타인의 슬픔은 종종 내 슬픔을 위로한다. 슬픈 마음이 서로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는 사실이 꽤 묵직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나의 불행을 이겨내는 방법은 타인의 불행이 나보다 더 크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를 채워줄 만한 온갖 모양의 불행으로 가득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내는 것이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수많은 불행과 염려와 걱정과 근심은 여전히 내 안에 고여 있다. 그러나 그 불행이 나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공감이 우리의 오늘을 위로한다.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각자의 서글픔이 시끄럽게 침묵한다.
누구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지만 누구든 불행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불행의 조건 하나쯤은 나도 너도 모두 껴안고 그렇게 모른척 아닌척 때로는 정말 괜찮기도 하며 살아간다. 고맙다. 그리고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하길 바란다.
2018 11_ 스페인 malaga, 고향냄새를 몰고 온 바닷바람에 기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