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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희 Apr 01. 2016

회사 탐구생활 - 회식의 본질

StartUp 문화 혁신 크리에이터_소통하고,  배우기 위해서 씁니다

많은 것들이 자동화될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자동화될 수 없다.

A회사 이 팀장은 팀의 막내 김 주임에게 특명을 내렸습니다. 매일 가는 회사 앞 회식 장소를 떠나 이태원에서 회식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해보라는 것이지요. 특명을 받은 김 주임, 드디어 새로운 회식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라 판단하고 최고로 핫한 이태원의 레스토랑들을 조사하여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를 받아본 이 팀장.. 안 되겠다며 결국 자신이 아는 식당으로 예약을 하고 마네요. 회식 당일, 결국 간 곳은 어디였을까요? 이태원의 'OO등심' 룸이었습니다! 이태원 씩이나 와서 결국 또 고깃집 룸이라니요? 회사 앞 회식과 대체 뭐가 달라졌단 말인지? 김 주임의 불만은 커져만 갑니다. 하지만 이 팀장에겐 이런 것이 회식입니다. 둘의 온도 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회식 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 많은 회사들에서 회식이란 '고기를 구우며 소주나 폭탄주를 마시고, 잔을 돌리면서, 2차에 열외란 없는 것이며, 노래방에서는 노래가 끊이지 않게 다 같이 열심히 흔들어야 하는..' 그런 자리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요즘엔 대기업들도 119 회식 규칙을 정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술은 1종류로, 1차만, 9시 전에 마치는 걸로..'한다는 것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술 없는 점심 회식, 문화 회식, 스포츠 회식, 게임 회식.. 다양한 회식들을 만들어내고 향유(?)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지요.


회식의 변화를 고찰하기 위해 '잔 돌리기'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잔 돌리기의 유익은 뭘까요? 회식자리에서 소주건 폭탄주 건 열심히 잔을 돌리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한다면 그곳에서는 다음과 같은 현상이 펼쳐질 것 같습니다.


1. 상대적으로 술을 많이 먹게 됩니다.(건네는 잔을 피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민망한 일은 없겠지요;)

2.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묘한 동질감(?) 같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잔을 돌렸다는 것은 서로 이제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는 의미지요! 잔을 돌리는 행위를 통해 모인 집단에 집중하게 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습니다.)

3. 각종 질병의 감염 확률이 높아집니다.(ㅠㅠ)

4. 잔을 돌리는 자리에서는 일반적으로 상하관계가 명확합니다. 잔을 돌리는 과정에도 무언의 형성된 '주도'라는 것이 중요하지요. 주도를 안다는 것은 예의를 안다는 것이며 상하관계를 인정한다는 뜻이 됩니다.

5. 누군가 최고 윗사람이 제발 이런 건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이 문화는 결코 없어지지 않습니다.(메르스가 번창하여 잔돌리기 같은 건 제발 하지 말라고 뉴스에서 열심히 떠들어도 우리 부서만큼은 예외가 됩니다.)


그러므로 잔을 돌리는 문화는 단순하게 생각해봤을 때 직원의 일신에 어떤 문제(과음으로 인한 숙취 또는 질병 감염)가 생길 확률이 높아지고 따라서 업무에 차질이 생길 확률도 비례해 높아집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회식으로 인한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식 자리에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문화적 동질감 같은 것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을 통해 잔 돌리기 문화는 회식의 본질에 대해 본래 어떻게 생각하였던 것인가를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1. 회식 자리는 집단의 관계를 형성하는 자리이다.(그러므로 집단적인 행위에 초점을 맞춥니다.)

2. 회식 자리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소외된 사람이나 따로 노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방지)


결국 회식자리는 서로 인간적인 관계를 나누면서도, 질서가 있어야 하는, 공동체의 '집단적인' 성격의 자리로 '관리'되어 왔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잔돌리기 문화의 자동화는 상급자의 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뻘쭘하게 앉아 있을 일이 없으며(어느 날 갑자기 잔돌리기 문화를 금지하면 이 문화의 사람들은 그다음에 어쩔 줄을 몰라하기도 합니다.) 또한 소외된 사람이나 따로 노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요.


회식준비.. 다 되셨습니까?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그러면 이제 이 팀장과 김 주임 간의 간극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팀장은 '집단적인' 의미에서 팀을 관리하는 시각에서 회식을 바라보고 있으나, 김 주임은 지극히 신세대적인 입장에서 '개인적인' 의미로 회식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팀장에게는 회사 앞이건 이태원이건 회식은 우리만의 공간에서 집단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 주임은 회식이란 함께 어울려 노는 것으로 충분하며 적절한 개개인의 즐거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김 주임이 생각하는 회식의 분위기에 이 팀장을 초대한다면 이 팀장은 산만하고, 단합되지 못했으며,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뒤로 하고) 여기서 어느 한쪽만 옳거나 그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대부분 이 팀장과 김 주임 중간에 있는 것 같습니다. 회식이란 공동체의 자리이고 집단의 자리가 맞습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개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지요. 개인을 생각하지 못한 집단의 자리에서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요즘 뉴스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회식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회식을 왜 하는가?

논의의 중심에는 '회식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있습니다.

회식의 본질은 '인간관계'라는 키워드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맨 위에도 적었듯이 많은 것이 자동화될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자동화될 수 없습니다. 왜 굳이 회사 돈과 귀중한 저녁시간을 사용해가면서 같이 밥을 먹을까요? 사실 각자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싶은 것도 다른데 말입니다. 답은 회식 자리는 '관계를 맺는 자리'라는 것입니다. 관계에는 이벤트와 공감대가 필요하고 공통의 경험, 상호 간의 소통이 요구됩니다. 잔 돌리기 문화에도 서로 더 많이 인사하고 알아가고 소통하길 원하는 조직의 바람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즘과 같은 콘텐츠 다양화 시대에, 우리는 회식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 더 많은 형태의 회식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고기 굽는 술자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이벤트가 되고 공감대를 형성해 줄 공통의 경험들은 너무나도 많다는 것입니다. 다 같이 플리마켓이나 전통시장을 돌아보고 작은 선물을 사서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서 서로에게 선물하는 회식은 어떨까요? 좀 귀찮을 수도 있지만 같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으며 한강 고수부지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회식도 서로에게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는 이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회식의 본질을 생각해 보았을 때, 우리는 오히려 회식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많이 버려야 더 풍성한 회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좀 더 회식의 본질에 충실한 회식다운 회식을 할 수 있겠네요.


전 회膾식.. 사랑합니다..♡(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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