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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행복한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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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허윤숙 Aug 06. 2023

초등학교 교사가 그렇게 힘들다면서요?

남편도 이해 못 하던 이 직업의 어려움

최근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초등교사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알려지고 있다. 현재 초등교사인 나로선 그동안 억울하고 답답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인데 어디에도 말할 데가 없고 말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일들이.

심지어 남편조차 그 힘듦을 이해해주지 않았다.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면 침대 위로 시체처럼 쓰러지곤 했는데, 밥 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나 보다 했는지도. 그 힘듦을 세세하게 설명하면, "밖은 더 치열하고 힘들어. 그래도 교사는 방학이 있잖아."

나도 안다. 나는 바깥일 하다 다시 학교로 온 사람이라. 성인들끼리 돈문제로 경쟁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하지만 그건 아무리 힘들어도 어차피 성인들만 상대하면 되는 일 아닌가.

초등학교는 그 어른들(학부모)도 상대한다. 주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 아이들을 상대하긴 한다. 또 동료교사나 교직원도 상대한다. 그 가운데 끼인 교사들은 지금 이래저래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는 불합리 속에 놓여있다.

그렇게 힘이 들면서 어떻게 버텨냈냐고 하면 교사들이 대답한다. 죽을 만큼 힘듦이 턱에 차 오르면 그때쯤 방학이 된다고.

방학이 아니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엔 알량한 3주간의 여름방학마저 연수로 온통 채워졌었다. 그러자 가을학기는 못 견딜 정도로 힘이 들었다. 요즘 내가 그동안 버텨온 일들을 떠 올리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아무도 몰라줬는데.. 요즘은 좀 알아주니 그동안 쌓인 아픔들이 조금 덜어진 기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동안 학교에서 겪어온 일들을 얼핏 적어보았다.

1. 한 학생이 미술 수업 중 작품활동은 안 하고 떠들었다. 내가 혼을 내자 갑자기 책상 서랍 속에서 거울을 꺼내 들어 깨뜨리고는 날카로운 거울 한 조각을 자기 가슴에 갖다 대며 하는 말이, "나 여기서 죽어버릴 거예요." 떨리는 심장을 겨우 부여잡고는 어떻게 죽겠다는 거냐고 하니, 심장을 정확히 겨냥해서 찌르면 된다고. 이후 부모님(부모가 이혼함. 아빠랑 살고 있어서 아빠가 옴)과 면담했으나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힘.(일단 아빠 자체가 무서웠음.)

2. 한 여학생이 수업시간 떠들고 돌아다녀 수업이 안 될 정도였음. 그래서 혼을 냈더니 하루는 칠판에 자기 자살하니 찾지 말라고 함. 급히 학교 곳곳을 찾으러 다님. 겨우 아이들 다섯 명이 그 친구를 찾았는데 5층 높이 복도 계단에서 창문밖으로 몸을 던지려는 걸 간신히 말려서 끌어내림. 그 후 학교 차원에서 등교중지 5일이 정해지고 다른 조치는 없었음. 학년이 끝날 때까지 늘 조마조마했음.

3. 한 남학생이 수업시간 중 맨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함. 발을 내리라니까 싫다고 함.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 엄마가 그러는데 선생님 진짜 별로래요. 우리 엄마가 선생님 자를 거래요라고 함. 그 뒤로 혼을 내니 자기 한번 때려보라고 함. 그러면 선생님이 어떻게 되는지 보자면서. 그 뒤로 남들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내게 줄줄이 일어남.

4. 한 여학생이 수업 시간 중 계속 떠들고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친구들을 괴롭힘. 내가 혼을 내니 큰소리로 반항함. 내가 더 큰 소리로 혼을 내니 갑자기 가위를 내 쪽으로 던지면서 "씨~~ 발년"이라고 외치고 교실을 뛰쳐나감. 그 후 자기 아빠한테 전활 걸어 내가 자기 기분 상하게 했다고 읍소함. 그 뒤로 일어난 일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음.

5. 한 남학생은 수업시간 중 소리 지르고 친구에게 가위를 던지거나 스테이플러를 친구머리에 찍거나 함. 그래서 혼을 내면 나에게 책상을 던져 내 다리가 시커멓게 멍이 들고 피가난 적도 있음. 그 일로 학교에서는 아무 조치도 없었음. 그 이후로 일어난 일은 다시 떠올리기도 싫음.

6. 옆반 교사 이야기인데 심한 장난을 치는 남학생을 혼을 내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 그 선생님 주전자에 물을 계속 떠 다 주길래 고마워했음. 그런데 나중에 다른 교사가 말하길 그 주전자에 침을 뱉는 걸 봤다는 것. 그동안 매일 침을 뱉어서 준 것이라는 이야기임.

7. 아는 교사가 6학년 수학여행 중 겪은 이야기임. 몇몇 남학생들이 수위 높은 성적이야기를 나누고 있길래 혼을 내자, "선생님은 남편이랑 그거 안 해요? 선생님도 매일 하면서 왜 그래요?"

8. 한 남학생이 내 체육시간에 꼬리 잡기 놀이를 했었음. 그때 자기 꼬리가 잡히자 씩씩대면서 나가서 체육관 사물함 유리문을 돌로 깨뜨려 박살을 냄.

그 뒤로도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다. 아이들끼리 싸워도 교사 잘못이고 학생을 혼내서 일탈행동을 해도 교사 가 죄였다. 이런 억울한 일이 있나. 교사에게도 인권이 있다. 하루속히 교사인권조례가 실효성 있게 재정비되었으면 좋겠다.

금쪽같은 여름방학이 아이스크림처럼 녹고 있다. 다음 주만 지나면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데, 벌써부터 몸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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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숙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초등학교교사 직업 칼럼니스트

달고나와 이발소 그림 저자

모든 통증이 쓸모 있기 바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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