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윤숙 Sep 20. 2023

죽은 게  아니라 기다린 것이었다.

때론 식물에게서 배운다.

지난겨울 기르다가 얼어 죽은 식물이 있다. 이름이 '푸르메'였나. 몇 개의 식물을 길렀는데 이 식물만 얼었다. 잎이 검퍼렇게 되더니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그 식물을 까맣게 잊고 있었나 보다. 올봄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가 그 식물에 잎이 하나 올라와 있는 걸 보았다.


반가운 마음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었다. 그러자 많은 잎들이 싱그럽게 열리는 게 아닌가.


지금 보니  그 식물은 죽은 게 아니었다. 기다린 것이다. 더 좋은 환경이 오기를. 속으로 이랬을 것이다.

'지금 환경이 무척 안 좋아. 지나치게 추운걸.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잘 모르지만, 아니 알 것도 같지만 알아도 소용없는걸. 내가 할 수 있는 게 지금은 없어. 어쨌든 상황이 좋지 않으니 잎을 떼어내 버려야겠군. 좀 더 오래 살려면. 지켜보다가 좋은 기온이 되었을 때 다시 잎을 내자.'


이런 '상황 보고 기다리기'가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난 그걸 보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식물이라고 했다.  때를 기다린 것뿐인데.


그리고 그 시간은  아깝지 않았다. 우리 집 식물 중 가장 때깔 곱고 풍성한 잎이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때론 이렇게 식물에게서도 배운다.

작가의 이전글 난닝구 20장을 보내드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