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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군 Aug 31. 2019

비혼주의자 마리아-안정혜-

 요즘 한국 교회는 여러 가지로 큰 위기에 빠져있다. 사역자들은 돈과 명예, 성적 범죄에 빠져있고, 성도들은 깊이도 헌신도 고난도 없는 기복신앙에 빠져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역자들과 성도들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아니라고 믿고 싶다.) 여전히 하나님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쳐 곳곳에서 빛과 소금으로 사는 사역자들과 선교사님들이 많이 있고(물론 그들은 잘 알려지지도 알려지려고 하지도 않는다.), 기도와 말씀으로 하나님을 흠모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성도들도 많이 있다.(내 주위에 이런 성도가 있길 바라지만 내가 그런 성도가 되어야 한다.ㅠㅠ)

하지만 큰 부흥과 경제발전의 그늘에서 유혹에 굴복한 죄의 모습들은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크기로 현대 교회를 갉아먹고 있다. 그중 교회 내 사역자의 ‘그루밍 성범죄’를 다루고 있는 이 만화책은 한 번쯤 우리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교회 내 여성차별과 성범죄에 대해 각성하게 해 준다. 하나님의 권위라는 미명 아래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뉴스들을 우리는 심심찮게 보아 오고 있지만 변화와 개선의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결국 교회에선 피해자들을 사탄으로 내몰고 주의 종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가해자들을 비호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 책에선 그 원인을 ‘교육’에 두고 있다.

 한국교회와 교단, 신학교는 과연 건강한 사역자를 양성해내고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괴물을 길러내고 있는 것일까? 상황과 환경의 압박에 못 이겨 그럴 수도 있지만, 더 무서운 건 사람이다. 하나님보다 높아진 사람의 권위와 욕심이 오늘도 수많은 뜻있는 사역자들을 좌절시키고 맹목적인 성도들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에서 꿈꾸는 바람직한 모습은 갈라디아서 3장 28절의 바울의 말에서 찾고 있다.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없으며,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와 여자가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이 살던 시대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놀라운 선포였을 것이다. 여전히 지금도 이 선포를 우리가 이어가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이 이렇게 우리를 만드시고 살아가기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점점 어두워져 가는 이 시대 속에서 나 하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삶이 아닌, 어떤 차별도 없는, 예수 안의 하나 됨을 이루어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해본다.

 

 부디 이 책이 상처 받은 수많은 이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주지 않기를... 또한 내 가족과 이웃, 누구나 육적으로나 영적으로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거룩하고 안전한 장소가 다시 ‘교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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