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글쓰고 강의하는 최지은
Sep 10. 2024
무용한 독서
바로 얻을 수 없지만 가치 있는 것들
9-1시 30분.
13장의 글을 쓰고 50쪽가량의 책을 읽었다.
해야 할 일도 끝냈다.
빨래와 집안일을 뒷전으로 하고 얻은 성과들이다.
문학작품들로 나는 오늘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문장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을 적고 차분히 앉아 누군가의 활자를 음미하는 그 자체로도 충분하지만
누군가 나에게 "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라고 말한다면 난 무용한 독서의 가치를 전해줄 것이다.
무용한 독서의 가치는 소중하다. 내가 읽는 한 줄, 한 권의 책이 당장 어떤 결과를 이끌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 중요한 갈림길에서, 선택의 순간에서 불쑥 떠올라 조금은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에 소중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독서는 힘들다. 당장 뭔가 얻어낼 수가 없으니. 쉽게 달려들지만 쉽게 손에서 놓게 된다.
더 현실적인 것을 해내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테니까.
삶의 정수를 다양한 이야기들로 함축해 놓은, 때론 숨겨놓은 수많은 책을 읽으며 '무용한 시간'을 통해 '유용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독서 아닐까.
어쩌면 희망을 안고 사는 만 원어치 로또보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달라지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에는 돈이 되지 않지만 가치 있는 것들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들이 가득하다.
바람이 많이 불어 치마가 뒤집힐까 봐 긴장하며 종종걸음으로 집에 왔다. 집에 와 정신을 차리고 저녁 수업으로 바쁜 날이니 일찍이 돼지갈비를 만들어놨다.
독서가 나에게 열렬한 희망과 사랑이라면
돼지갈비는 아이들을 향한 뭉근한 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