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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책상

공간 그까짓 게 뭐라고 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인가.

아니다. 공간을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임대라도 해 분리된 공간에서 사업체를 운영했을 것이다.
노트북과 책상이 있는 곳에서 난 일을 한다. 신경 쓸 건 뒷배경 정도다. 공간에 목숨 거는 사람이라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보니 나에게 중요한 건 분위기다.

넓음보단 아늑함과 편안함이 중요하다. 공간에 앉았을 때 거기에서 뭔가를 집중하고 해내려면 내가 만족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조명이든 책상이든 귀퉁이 공간이든 배경이든 그 하나가 나에겐 에너지 요인이다.

식탁에서도 일을 할 때가 있지만 밥과 일이 합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가차 없이 노트북이 밀려난다.

방에 접이식 책상을 펴서 수업을 하다 늦은 시간이 되면 방 역시 사람에게 밀려 초라해진다.
접이식은 접이식 책상의 공간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나는 그 밀어내짐이 속상하다.


우연히 발견해 몇 주 전 읽은 책도 나에겐 나름 감동이었다. 그들의 공간은 고요한 호수 같았다.
그리고 당장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풍경에 핑계 삼아서라도 참을 수 있게 만들 것 같음 창도 나에겐 다시 보였다.


이사로 바뀐 공간 때문인지 책을 보다 발견한 사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수선했던 몇 달,
공간 타령 분위기 타령 공기 타령까지 한 마당이니 스스로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

글은 써야 하고 기록한 메모들은 이미 수백 개이며
쓰다 만 한글 파일은 폴더에 쌓여가고
1인 출판사를 오픈해 보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한 지
이미 몇 달이 지난 상황.
시간만 질질 끌다간 달려온 글도 방향을 잃어갈 것 같고 계획했던 일도 흐지부지될 것 같아 나 혼자 끙끙했다.

너무 앞서가서 길을 잃어버린 마음을 토닥여주고 다시 힘이 나게 해야 할 때다.
....

그렇게 1인 나만의 책상이 배송됐고
나는 이 작은 책상에 작가의 책상이라 이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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