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밝은 색으로 변신한다고 신나서 머리를 하더니.
또 그렇게 뿌리염색이 성가시다고 투덜거리더니.
가을을 핑계로 그냥 흑색으로 머리를 바꾸었어.
가을을 핑계삼아 내 마음도 함께 차분해졌으면..하는 작은 바람도 담아서.
상한 머리를 자르고, 조금 가볍게 숱도 치고, 그냥 흑색으로 머리도 염색하고 나니
머리색은 단순한 색 그 이상인것 같았어.
마음의 변화.
감정의 변화.
계절의 변화.
집에서 후다닥 머리를 감고 말려
평소대로 에센스를 듬뿍 발라주면
애 둘 낳고 엉성해진 머리숱과, 놀이터에서 뜨거운 햇빛에 탈색되서 손상된 내 모발을 조금 숨길 수 있어.
엄마이지만
영원히 계절을 타는, 마음을 보듬고 싶은
여자이고 싶은게 사실 솔직한 내 마음이거든.
엄마도 좋은데
여자이고 싶고.
아줌마도 좋고 -엄마도 좋지만..
최지은이고 싶어 난.
그래서 엄마의 염색은 색깔을 덧입히는 그 이상의 의미일지 몰라.
조금이라도 나를 보듬고 싶은 작은 발악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