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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고유성

[9. 단 하나의 고유성]



어바웃 타임 영화를 여러 번 반복해서 봤다.

처음 볼 때는 래이첼맥아담스의 사랑스러움에 매료됐고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곱씹었다.

다시 볼 때는 주옥같은 대사가 들어왔다.



현실을 잠시 지우고 싶은 순간,  '팀'은 아무도 없는 고립되고 고요한 공간에서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럼 지우고 싶은 과거는 다시 재탄생되는 것이다.

팀은 아빠에게  과거로 돌아가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그의 아빠는 놀라는 아들에게 직접 경험해 보라고 말한다. 아빠의 허무맹랑해 보이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팀은  " 아빠는 그 시간 동안 뭘 하셨어요?"라고 묻는다."디킨스의 책은 3번 읽었지."

이 부분이 그렇게나 마음에 확 와닿을 수 없었다.​​

타임슬립 영화 중 어바웃 타임을 따라올 영화는 없다고 자부하며 한동안 난 이 영화에 푹 빠졌었고 주인공들의 대사, 삶을 대하는 태도, 가족애, 부부애 등 여러 면모를 배우고 느꼈다.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생기면 주먹을 불끈 쥐고 과거로 향하는 팀. 하지만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다.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가면 내 아이가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내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 부분에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존재의 가치. 모든 아이들이 아니라 '내 아이'만이 가진 고유성. 내 아이의 자리를 누군가가 대신할 수는 없다.



연애에 관련된 짧은 단편 소설을 읽다가 발견한

누군가가 네가 될 수는 없듯이  라는 문장처럼 우리에게는 존재로서 지니고 있는 고유의 특별함을 지닌 것, 또는 누군가가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 좋아하는 밥집의 요리. 사랑하는 사람과 주고받은 편지. 내 아이. 가족. 모두 '그것', '너'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치 있는 것들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나의 경험과 주체적인 생각이 들어간 글은 그 자체로서의 고유성을 지닌다. 향기를 머금는다. 다수의 취향과 생각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꿋꿋하게 내 것(내 소신)을 지키고 추구하며 사는 고유적인 삶.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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