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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07. 2023

세비야 먹으러 따빠스 갈래?

스페인 남부에 오면 따빠스(Tapas:작은 접시에 나오는 음식)를 먹어야 할 텐데,     

과연 어디를 갈 것인가 말이다. 갈 곳이 많다.


갑자기 여행기 같은 느낌 느낌!

세비야의 구시가지에선  이곳을  들러야 할 것 같다.


보데가 산타 크루스 라스 꼴룸나스

(BODEGA SANTA CRUZ LAS COLUMNAS)

정식이름은 보데가 산타 크루스이지만, 동네사람들은 모두 라스 꼴룸나스(Las Columnas:이하 꼴룸나)라고 부른다. 스페인어로 기둥을 꼴룸나라고 하는 데, 입구에 대리석으로 된 기둥  두 개가 멋지게 자리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면서,

세비야사람들은 라스 꼴룸나스라고 부르고

관광객들은 그래도 정식 명칭으로 검색하여 오는 듯하다.

요즘은 아예 명칭을 둘 다 사용하여

보데가 산타 크루 라스 꼴룸나스라고 쓴다.

 

라스 꼴룸나스를 권하는 이유는 관광지 한복판에서 현지 분위기 체험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꼴룸 나가 있는 이곳은 세비야대성당과 왕궁을 걸어서 3분 이내로 갈 수 있는 핫 스폿이다.

위치가 위치인지라, 이곳 산타 크루스 지역은 주로 관광객들을 상대로 빠와 레스토랑들이 주로이다.

 

작년에 갔을 때는 사람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발 디딜 수가 없었다. 진짜 너무 많았다.

그래도, 안 가면 너무 서운하니, 지나가다가, 약간이라도 사람이 덜 모여있으면 그냥 들어가는 게 좋다.


라스 꼴룸나스는 내 친구 바바라의 단골 카페였다. 스위스사람인 바바라는 부럽게도 독일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에 능통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오는 단체관광의 스페인 현지가이드를 했다. 가끔 건축물이나 역사에 궁금한 게 있으면, 무슨 AI처럼  답이 나와서 놀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바바라는 일이 없을 때 이곳 꼴룸나스에 와서 아침을 먹었는 데, 가끔 시간이 맞으면 함께 식사를 했다.

빵 위에 칼집을 내고, 올리브유를 두르고, 토마를 얹고, 하몬을 올려서 먹었다. 가끔은 바바라가 주책맞게 옆테이블에서 남기고 간 하몬을 집어 먹어서 민망하기도 했는 데, 한편으로는 참 인간적으로 보였다.     

 

커피는 두꺼운 유리컵에 나온다. 처음에는 무슨 품위 없게 유리컵에 커피를 주나 했는 데, 이것이 안달루시아를 지배했던 아랍문화의 영향이라고 한다. 전에는 유리컵 말고, 찻잔에 주세요.라고 말했지만, 유리가 커피의 온도와 향을 훨씬 더 잘 전한다고 하니, 이후로는 주는 대로 유리컵에 마셨다.


콜룸나에서 일하는 직원들 아주 장기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일하는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인다.  그래서인지 단골이 가면 항상 주문하던 것들을 알아서 척척 내준다.


가끔은 부쩍 많아진 한국관광객들이 자주 주문하는 메뉴를 한국어로 물어보기도 하여, 메뉴 밑에 네임펜으로 한국어로 써주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앉는 자리는 몇 개 없고, 거의 스탠딩이라고 봐야 한다. 주문하면 일일이 분필로 그 사람의 주문내역을 식탁에 써서 나중에 그것을 보고 계산을 하는 것도 재밌었다. 뭐 이렇게 붐비는 곳에서 따빠스를 먹어야 할까 하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것도 다 삶의 잔잔한 재미 아니겠는가?  


여기서 꼭 먹어야 하는 따빠스가 있다.

 다른 건 몰라도 프린가 만큼은 여기서 먹어야 한다.

그리고, 이거 먹으려고 스페인의 다른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들도 많다.

 "프링가"를 먹어보자. 프리 가는 세비야에서 먹어야 한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 빠에서 가장 잘 알려진 메뉴이기도 하다.

그럼 프링가(pringá)는 무엇인가?

고기와 채소를 넣고 국물  있게 천천히 끓인 후,

거기서 건진 고기로  사이에 넣어서 먹는 메뉴라고 보면 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오른쪽이 소시지, 순대, 돼지고기와 감자와 야채 등을

끓인 후 건져 년 국물이 없는 고기이다.

     

이외에도 먹을 것이 많다.  영어로도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내가 써준 한국메뉴판은 어디 갔냐고 물으니

세월이 지나서 네임펜이 지워졌단다.  

내가 써준 지 기억도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 세월이 흘렀다. 그것도 많이.


네임펜이 지워지기까지 이곳을 방문한 한국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개 뿌 듯.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아침식사로도 프린가를 주문할 수 있으니 그렇게 먹어보자.

그나마 아침에는 덜 붐비니 말이다.  늦은 점심으로 간다면 맥주와 함께 해도 너~~ 무 좋다.



세비야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옛날 세비야 하고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하면, 너무 관광지로 변했다.  

특히 라스 꼴룸나가 있는 산타 크루스지역은 넘쳐나는 관광객들을 감당하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오버 투어리즘속에서

고유함을 지키는 이곳이, 라스 꼴룸나가

그래서 세비야를 갈 때마다

꼭 들르고 싶은가 보다.


따블라오 플라멩코, 로스 가요스가 있고, 라스꼴룸나라는 바가 있고, 바로 지척에는 그 위대한 콜럼버스가

모셔져 있는 세비야대성당이 눈앞에 있고,

또 그 옆에는 왕궁이 있다.      


워낙에 이쁘고, 둘러보기 좋고, 역사적인 장소들이 모여 있기도 하니, 집주인들이  계속 월세를 올려, 바바라는 이사를 갔고,  내가 살았던 집의 일부도 단기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로 바뀌었다.

관광도 좋고, 체험도 좋지만, 한편으론 씁쓸함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서 사진 좀 많이 찍어 놓으면 좋았을 텐데..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렇게 미련이 남는다.


세비야 안녕하신가?

 프린가 먹고 싶어!! 

이런 급 맥주가 땡김


BODEGA SANTA CRUZ LAS COLUMNAS

C/ Rodrigo Caro, 1, Sevilla,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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