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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정용하 Dec 18. 2021

주변 사람의 결혼



올해 참 많은 주변 사람이 결혼했다. 그리고 내년에 결혼한다며 소식을 전해 왔다. 그래 봤자 올해 내가 결혼식에 참석한 건 한 사람밖에 없다. SNS 상이나 주위 사람에게 소식만 들었지, 직접 내게 청첩장을 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뭐 있어도 딱히 가고 싶지 않았다.


주변 사람의 결혼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식 참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참여하는 데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할까. 사실 나는 나만의 기준을 갖고 있다. '과거에' 친했던 사람의 결혼식은 가지 않는다. 최근 1~2년간 단 한 번이라도 만남을 갖거나 교류가 없었다면 청첩장이 와도 불참한다. 축의금도 보내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이 본 지는 오래 됐지만 결혼한다고 나를 만나려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만나고 결혼식에 꼭 간다. 하지만 과거에 친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몇 년간 연락도 없이 지내다 띡-하고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는 사람은 결혼식에 가지 않을 뿐 아니라 손절한다. 그 사람도 사람 거를 생각으로 내게 연락한 것이겠지만. 만약 내가 결혼할 상황이 온다면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친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사람이 좋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만나는 사람을 신뢰한다. 상대나 나나 바쁜 건 똑같은데 시간을 내서 만나느냐 아니냐가 결국 마음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꼭 만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그만큼 시간을 낼 형편이 되지 못한다. 그냥 아무리 못해도 1년에 한 번은 얼굴을 봐야 하지 않을까.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거나 새해 인사라도 나눠야 하지 않을까. 그 정도도 하지 못하는 사람과 나는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없다. 만약 정말 그럴 만한 상황이 온다면 그 사정을 상대방에게 말해주는 것도 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 아닐까. 그런 것도 없이 자기 결혼한다고 모바일 청첩장만 주는 사람은 정말 정나미가 떨어진다.


모바일 청첩장으로 받는 것을 그리 내켜 하지도 않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결국 마음 씀씀이, 그게 느껴져야 한다. 그게 너무 주관적인 마음이라 다른 사람이 느끼기엔 나를 피곤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것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로 인해 내 주위 사람이 없다 해도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이다. 나는 꾸준한 사람이 좋다. 서로 조금 맞지 않아도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좋다. 그렇다고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느슨하지만 꾸준한 관계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 내가 유난스러운 걸까. 30대가 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좀 유난스러우면 어때. 이게 나인 걸. 타인에게 크게 폐를 끼치는 행동이 아니라 하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도 된다.


어제 2년 만에 만난 형이 종이 청첩장을 주며 결혼한다고 소식을 알려와서 나는 마음속으로 형을 크게 축복했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 또 나를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주는 것 같아서 고마웠다. 2년 만에 만난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에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고, 서로 생일을 챙겨주었으며 보려고 애썼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못 봤다. 그 마음이 나는 중요한 것이다. 그게 티키타카고 인간관계이고 마음이지 않을까. 형의 결혼식은 어떻게서든 참석해서 형의 커플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고 싶다.


한편으로 나도 내 주위 사람에게 꾸준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한결같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그렇다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간간이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 1년에 한두 번쯤은 보고 싶은 사람. 아니면 볼 만한 사람. 그런 관계가 피차 편하고 좋다. 다만 이젠 알겠다. 그런 관계가 유지하기 더 어렵고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잠깐 깊이 친해지는 건 쉬워도 꾸준한 건 서로가 정말 노력하지 않으면, 마음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안 갈 결혼식엔 확실히 안 가고, 안 지 얼마 안 되었더라도 갈 결혼식이라면 시간을 내서라도 갈 것이다. 다른 사람에겐 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 하더라도, 내가 유난하게 구는 것이라 하더라도, 혹 상대방이 서운하게 생각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 내 나이 때쯤 꼭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주제라 생각한다. 나는 인생의 관문을 순차적으로 통과해 가고 있다.


-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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