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신 머리끄댕이
좋아했던 드라마가 있다.
커피프린스 1호점.
최근에 꽂힌 드라마는
그녀는 예뻤다.
정확히 뭐라고 이야기 할 수 없지만
둘의 포맷은 크게 보면 비슷하게 느껴진다.
1. 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외모를 가진 씩씩한 여주인공이 잘난 남자주인공을 만난다.
2. 그럼에도 남자주인공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간다.
판타지물이다.
너의 도움은 받지 않을거야! 라면서 외제차로 데이트 하는게 살짝 씁쓸하다.
결코 운전석에 앉지 않는다.
몰라. 멀리 가지 말자.
어쨌든 오랜만에 꽂힌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 잊을 수 없는 대사가 등장했다.
그 대사의 시작은 속을 뒤집어 놓을 정도로 느끼했다.
기대의 신 알아요?
뭐래.
앞머리는 귀신 산발을 했는데 뒤통수엔 모근조차 없는 대머리 신이다.
기회가 다가오면 잡기는 쉬워도
지나가고 나면 결코 잡을 수 없다는 기회의 신.
응. 그랬구나. 낯이 익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많이도 스쳐 보냈던 것.
정중하게 인사하고 안전히 가시라 배웅도 했던 것 같다.
그의 반짝이는 뒤통수를 보며 나의 미래도 그와 같이 반짝이기를 바랐던 것 같기도 하고.
기회의 신도 어쨌든 신인지라 인간의 꼴을 닮아 눈은 앞통수에 달렸을텐데
누군지는 알아보고 다가오는건가요?
번지수 제대로 찾은거 맞죠?
그나저나 당신의 머리는 어찌 그리 부드럽나요.
자꾸 손이 미끄러져요.
기회의 신이라는거
미리 생각해 두지 않으면
단단히 붙어보겠노라고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찾아올리도 없고, 찾아와도 별 수 없이 놓아주어야 하는 것.
정신 사납게 헝클어진 머리에 뒷걸음질 쳤다가는
반짝이는 뒷통수를 바라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놓치지 않았다면 지금의 기회는 잡지 못했을게 아니겠나.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면 반드시 잡았을 터.
무작정 기회의 신을 잡아 모아
컬렉션을 하는 것 만이 성공의 지름길은 아닐 터.
그럼에도 아쉬워지는 밤이다.
누군가 뭘 해보자고 했던 것도
내게 잘 했다며 뭔가를 주려고 했었던 것도
내게 뭔가를 해달라며 부탁해오던 것도
혹시?
그의 잔상이 떠오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게으르게 앉아있다가 흘려보낸 것.
아꼈다가 똥되거나
둘 다 욕심냈다가 패가망신 하느니
어떤 쪽이라도 잡으면 그게 낫지 않겠니.
어쨌든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
한 쪽의 패를 짜장으로 한 쪽의 패를 짬뽕으로 놓아볼 것.
짜장이냐 짬뽕이냐
어쨌든 짜장을 포기하면 짬뽕을 먹을 기회를 잡게 되는게 아니겠냐.
뭐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오늘도 마무리해볼까나.
고런거 있더라
갈까 말까 하면 가고
줄까 말까 하면 주고
살까 말까 하면 사지 말고
말할까 말까 하면 말하지 말고
먹을까 말까 하면 먹지 말라
라던지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면 내가 하고
언젠가 해야 하는 일이면 지금 하고
어짜피 해야 하는 일이면 최선을 다하자
라던지
이도 저도 귀찮고 생각 많아질 땐
간편하게 요런거
어쨌든
오랜만에 머리끄댕이좀 잡아 흔들며
손맛 좀 보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