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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숙 Oct 04. 2023

월미도 여행기

스마트폰 좀비 아이들과 추석 연휴 보내기

추석 연휴 동안,

우리 집 아이들은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각자 방 안에서 유튜브를 보며 낄낄거렸다.

밥 시간이 되면 "방에 갖고 가서 먹어도 돼요?"라고 묻고 다시 각자의 처소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처소의 문을 열 때마다 미성의 유튜버들은 게임을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바보가 되어가고 있구나.. 이 스마트폰 좀비들...'

   

와이파이 전원을 끄니 아이들이 거실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친구에게 받은 월미랜드 놀이기구 탑승권을 챙겨 월미도로 출발했다.

아직 의식이 명료하지 않은 아이들은 놀이기구도 먹는 것도 다 싫다고 하였다.

놀이기구 티켓이 아까워 부글거리는 마음을 추스르고,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내려갔다.   


난 월미도에 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쉬는 날엔 월미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혼미해진다.  

월미 거리 이쪽과 저쪽 끝에 노래자랑과 트롯 메들리가 서로 경쟁하듯 내 귀를 괴롭힌다.   


<월미도 공연장, 노래자랑이 시동을 걸고 있다>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가님, 작품들에 느낌이 묻어난다>


월미 거리 옆 계단을 내려가면 바다와 맞닿은 곳이 있다.

난 이곳에서 다시 평화를 찾는다.   

멀리 송도가 보였다. 신랑이 송도가 아니라 영종도라고 말해줬다. 뭐 중요하진 않으니까...


<월미도 바다. 낚시하는 분들, 멀리 영종도가 보인다>


<월미도 선착장에서 영종도 구읍나루터로 떠나는 배>


아이들의 의식이 점점 돌아왔다. 역시, 자연의 힘이란!

바닷물이 들어왔던 길을 걸으며 작은 물고기며, 게를 찾았다.

완전히 의식을 회복한 첫째가 바다와 가까운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신이 나 허락했다. 언제 봐도 신기하고 이상한 불가사리도 발견!


  

<신기하고 이상한 색깔의 불가사리>


어떤 여성분이 조금 있으면 물이 들어온다고 말해주셨다. 우린 다시 거리로 올라와 먹거리를 찾았다.

예전과 다르게 거리 음식들이 먹음직스럽고 깔끔했다. 입맛이 다시 돌아온 아이들에게 슬러쉬, 닭 꼬치, 마약옥수수를 사 먹이며 내가 부모임을 실감했다.   


 

<가까이 보니 모두 음식 모형. 이 모형이 하나에 1만 원이라는 사장님 말씀에 오른 물가를 실감한다>


문득 심장이 쿵쾅거렸다. 멀리 아까 시동 걸던 노래자랑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띠리 리리~' 전자 멜로디가 성능 좋은 스피커로 거리 전체에 힘차게 퍼졌다.

새로 생긴 놀이기구들을 보며 멈추려 하는 아이들에게 십원 빵을 사준다며 급히 자리를 옮겼다.  신랑이 야구 한 판 치고 싶다고 하길래 난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차로 피신했다. 차에서 본격적인 트롯리듬을 느끼며 한숨을 돌렸다.  십원 빵은 이름과 달리 값이 꽤 나갔다. 빵 하나에 4천 원. 게다가 빵이 너무 탔다고 아이들이 구시렁거렸다.


<황금 십원빵, 출처: https://blog.naver.com/gksal826/223208613369>


나의 추석연휴는 이렇게 지나갔다. 아이들이 무엇도 하지 않고 있으면 화가 치밀고, 막 생기 넘치기 시작하면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도 부모로서 뭔가를 했으니 그것에 위안을 삼는다. 늘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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