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3)
농락하다
남을 교묘한 꾀로 휘어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하다. 새장과 고삐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출처:네이버 사전)
업무 중 경찰의 통신사실 확인 요청에 따른 정보를 제출해야 대관업무가 있다. 대관업무 담당자는 경찰 수사관에 요청한 정보를 이메일로 발송해 주고 실제 대면하는 일은 없다.
어느 날 밤에 팀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경찰 수사관이 전날 밤늦게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팀원 A에게 개인 핸드폰으로 상품권 사기 결제 건으로 ‘참고인 조사 출석’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팀원이 많이 놀라서 안정시키고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하고 끊었다.
경찰관이 법적으로 밤 12시 이전에 문자를 보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밤에 참고인 조사를 문자로 보내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회사 직무로 일 하고 있는 팀원에게 개인 휴대폰으로 참고인 출석 요청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회사와 우리 팀원이 잘못한 일도 아니었다. 문자를 발송하기 전에 해당 경찰관이 강압적인 태도로 유선상으로 출석을 요청해서 회사 법무팀과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음날 나는 출근하자마자 해당 경찰서 수사관의 직속 팀장에게 연락을 했다. 상황의 부당함을 설명하고 사과를 받았다. 그러나 어떤 사유로 나와서 참고인 조사는 해줘야겠다는 설명을 해줘서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부분에 대해 해당 직원에게 설명을 해주려고 불렀다.
“A님! 잠깐 얘기합시다.”
“다 주간 회의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라고 말하는데 짧은 답변에서 화가 난 게 느껴졌다.
‘뭐지?’
순간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한번 참고 주간 회의를 한 후 점심을 먹고 다시 불렀다.
“A님, 참고인 조사건으로 회의합시다! 준비 다되면 얘기해 주세요.”
“준비할게 뭐 있나요?”
전달되는 답변의 뉘앙스가 퉁명스럽다.
본인은 문제 되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비언어적인 감정은 이미 충분히 전달되었다.
따로 A를 불렀다. 나한테 화가 났냐고 물어봤다. A는 나한테 화난 게 아니라 했다. 그런데 화가 난 감정이 왜 나에게 전달이 되는지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통화한 내용을 들으니, 해당 경찰관의 팀장이 나를 갖고 농락하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많이 났다고 했다.
‘농락’이라는 표현이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나는 졸지에 그 친구 한마디에 농락당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경찰관에게 답변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냐고 다시 물어봤다. 그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그 친구가 내게 했던 무례한 행동, ‘농락’이라는 단어 속에서 그 친구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졌다.
해당 팀장이 나에게 말한 내용은 모르면서 내가 말한 내용으로 농락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A에게 해당 팀장에게 사과를 받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는 전략적으로 상대의 노고를 인정하면서 ‘부당하다’는 표현을 써서 정중하게 항의했고 팀장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이런 내용은 모른 체 옆에서 내 통화 내용만 듣고 화가 났다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침에 팀원을 위해 항의하고 노력한 일들이 허무해졌다. 화가 나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을 넘는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을 무너뜨리고 자신도 함께 망가지는 말이 있다.
좋을 때는 모든 것이 좋다. 그러나 힘든 순간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그 사람의 수준과 태도가 된다. 말은 속여도 태도와 행동은 속여지지 않는다. 화를 뿜어내어 본질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바엔 추측하지 말고 물어봐야 한다.
타인은 나의 거울이다. 혹시 나는 말실수가 없었다며, 상대가 오해하고 있다고 착각한 것 중에 내가 눈빛과 말투로 이미 많은 말을 한 것은 아닌지 다시 뒤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