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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Dec 06. 2020

다시 생각해보니 열 받는 일

알고 보니 직장 내 갑질이었던 썰

이직을 또래에 비해 많이 한 편이라 여러 회사를 다녀보니 회사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걸러야 할 회사를 알게 된다. 사회초년생일 때는 군기도 바짝 들어가 있고 치기 어린 마음이 있어 '모든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고 당시 직장 분위기도 열정 페이가 은연중에 깔려 있었다. 그때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 지금 그때를 돌이켜보니 부당했던 것들이 부당한지도 몰랐다. 그중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1. 회사에 30분 일찍 나와서 업무 준비하면 좋겠죠? 물론 필수는 아니지만요 ^^

한 번은 직원 교육을 받으러 간 날이었다. 거기서는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권장 사항으로 출근시간 30분 전에 나와서 미리 업무 준비를 마쳐놓으라는 것이었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 곳도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여기 직원들은 다들 30분 일찍 나와서 준비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필수는 아니지만 급여를 받으며 다니는 입장에서 저 말을 들으면 당연히 다음부터 30분 일찍 나오게 된다.

아니, 그러면 30분 앞당긴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하든지, 아니면 그만큼의 보수를 더 줘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2. 혹시나 까먹을까 봐 말해놓는 건데..

최근에 근무 시간 외 업무 연락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근로기준법으로는 계류 중이라고 한다. 이전 직장에서는 정식 근무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시는 윗선 분들이 있었다. 그들이 초창기 멤버로 시작하여 신입직원들이 들어왔는데 자유로운 재택근무가 익숙한 그분들은 주말이건, 밤이건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신경 쓸 필요 없다 하였지만 근무 관련 메시지가 있는데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있나. 진짜 긴급한 것 아닌 이상은 참고 근무시간이 된 후 말해도 아. 무. 지. 장. 없. 다.

그리고 정말 정말 싫었던 것은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메시지 남기는 이유 중 하나가 '혹시 까먹을까 봐'라는 것이었다. 잊어버릴 것 같으면 캘린더의 알림 같이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면 되지, 본인은 그런 노력 하지 않으면서 왜 다른 사람은 그것을 보고 까먹을 수 있는 것을 생각 안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3. 개인 블로그에 후기 좀 남겨주세요.

요새 SNS 없는 회사가 어디 있나. 회사 SNS에 가장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이 그 회사 직원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또는 회사 성격에 따라 직원들이 제품/서비스에 대한 후기를 남겨야 할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회사용으로 별도 SNS 계정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개인용 계정을 썼는데 이게 퇴사하면 문제다. SNS 계정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사생활이 노출되는데 퇴사해서 이제는 나와 아무런 관련 없는 그런 인터넷 활동이 계속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면 좋을 게 없다. 그래서 이제는 회사용 SNS는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여기까진 괜찮다. 최악은 제품/서비스 후기를 개인 SNS에 남겨달라는 것이다. 이건 엄연히 따지면 블로그는 개인 소유이지 회사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도 권장할 일이지 업무의 하나로 지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내가 있던 곳은 리뷰를 개인 블로그에 '써주세요'라고 했다.


4. 립스틱은 빨간색으로 발라주세요.

대학생 때 일식집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다. 유니폼을 입었는데 여자는 치마에 구두, 올림머리 그리고 빨간 립스틱이었다. 그 때는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되었다는 기분에 꾸미는 게 좋아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시대가 지나 성인지가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드레스코드가 성차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여자는 성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존재라는 게 은연중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을 보는 어떤 사람은 불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 입장 위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보는 것은 불과 몇 년 전보다 근무 환경이 근로자를 위해, 여성을 위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근로자인 나부터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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